(영상)대우조선, 매각 무산 우려…새 주인 찾나
주인 찾기 또 연기 "재무구조 불확실성 커져"
현대중공업그룹 "승인위해 최선 다할것"
2021-12-13 15:09:59 2021-12-13 19:54:58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329180)그룹으로의 매각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20여년간 주인이 없어 생긴 부작용과 각종 불확실성이 매각 무산으로 더욱 길게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반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기 위해선 해외 6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는 심사 승인을 받았고 한국, 일본, EU의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번 딜의 핵심 열쇠는 EU로, EU 승인 시 한국과 일본은 이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EU 경쟁당국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해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해왔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STX조선 등 국내 중소 조선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LNG선 건조 기술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했다. LNG선 가격을 수년간 인상하지 안는 안도 EU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국내 중소 조선사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협상은 결렬됐다. 시장에 건조 기술을 공개하는 안은 실제로 얼마나 공개할지 모른다며 EU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 사진/대우조선해양
 
EU는 LNG선 사업부 지분을 매각하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NG선은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선박으로 가기 전 과도기 단계에 있는 선박이다. 일반 선박보다 건조하는 게 까다로워 고수익 선종으로 분류되는데,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의 관련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을 중국이나 다른 해외 조선사로 팔아버리면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의미가 사실상 없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마감 기한인 지난 7일까지도 시정 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딜에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인수를 포기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딜 무산 위기가 커졌지만 인수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에 따른 손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수요 확대로 조선업이 모처럼 호황을 맞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않아도 당분간 수주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형국이다. 우선 주인이 없는 상태가 지속하면서 다른 조선사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2001년부터 약 20여년간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새주인을 오랜 기간 찾지 못하면서 경영진 비리가 불거지기도 했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는 '묻지마 투자' 행태도 이어진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3년간 M&A를 추진하며 오랜 기간 실사를 당한 점 또한 악재다. 실사 과정에서 영업비밀과 같은 회사 기밀 사항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컨설팅을 통해서만 실사를 했을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으며 본격적인 실사는 기업결합 통과 후 딜 클로징 전에 진행할 예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그룹사 엔진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긴 하지만 친환경 시장이 확대돼 불허돼도 영향이 크지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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