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애인 성추행 고발 교사 보복 해고는 무효"
시설장 성추행 신고후 육아휴직한 장애인 교사
복직 시점 새벽 근무 지시하고 아침 출근 저지
4인 이하 사업장도 고용평등법 어기면 부당해고
2021-12-14 16:49:34 2021-12-14 16:49:3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장애인 시설장의 성추행을 고발한 장애인 교사에 대한 면직 처분은 보복조치여서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인 이하 사업장이어도 해고 사유가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나면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2부(재판장 사경화)는 최근 A씨가 B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업무지시는 원고가 시설장인 C씨를 입소 장애 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고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B 법인이 A씨 육아휴직 만료일부터 복직일까지 매월265만403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경북 포항 소재 B 법인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했다.
 
이듬해 3월 A씨는 시설장 C씨가 입소 장애 여성을 성추행 하는 장면을 목격하자 경찰에 고발하고 육아휴직했다. A씨는 이전에도 C씨가 지자체 보조금을 부정수령한다며 감독기관에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B 법인은 A씨 육아휴직이 끝날 무렵인 지난 4월16일 복직원에 대한 결정사항과 업무지시서를 보냈다.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 시간 외 근무로 오전 6시~8시에 일하되, 장애가 심하지 않으니 중증장애인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출근 이후 모집·채용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육아휴직 전까지 A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도 받았다.
 
이에 A씨가 근로지원인 서비스 이용과 근무시간 조정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시각장애를 가진 다섯 살 딸을 홀로 키우는 상황이었다.
 
A씨가 휴직 이전 근무시간인 오전에 출근했지만 시설장 등에게 출근을 저지당했다. 이후 B 법인은 지난 5월 3일~28일 A씨에게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 시간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 결근했다'는 취지로 18차례 경고장을 보냈다.
 
B 법인은 같은달 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가 지시사항을 어기고 무단 조퇴했다며 자연면직을 의결하고 10일 자연면직 명령서를 보냈다.
 
A씨는 면직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B 법인의 업무지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 전 근무시간과 조건을 바꿔, 자녀를 키우면서 정상적인 근무를 못하게 하는 위법한 업무지시라고 주장했다.
 
B 법인은 시설 입소 장애인 인적 구성과 생활 일정이 달라져 부득이 근무시간을 바꿔 정당한 업무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상 4인 이하 사업장이어도 해고 사유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 업무지시서에 적힌 밤 9시~새벽 1시 시설 정리와 일지·계획서 작성은 입소자 돌봄과 관련성이 적다고 봤다. 이 시간은 A씨가 자기 아이를 돌봐야 하고 퇴근 시간인 새벽 1시는 대중교통 이용도 불가능한데다, 장애인 이동수단인 '동행콜' 이용도 쉽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였다.
 
특히 재판부는 A씨 면직이 시설장을 장애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관련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보복조치라고 판단했다.
 
공단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B 법인이 A씨 복직을 앞두고 노무법인에 의뢰해 '육아휴직중인 근로자를 휴직 종료 후 해고하려 할 때 해고 적법성 여부와 준수해야 할 절차'를 자문 받았다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조필재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B 법인이) 근무 못할 시간임을 알고서 근무 시간을 바꾸고 A씨 복직 시점 이후에도 육아휴직 대체인력 근로 계약을 연장해버렸다"며 "의뢰인(A씨)이 들어와도 자리가 없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은 곳임에도 법원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지시가 위법하므로 이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면 무효라는 판결"이라고 선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법률구조공단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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