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방역패스 의무화 시작 이후 반복되는 시스템 오류와 관련해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백신예약 대란을 겪었음에도 전혀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 식당 이용자들의 휴대폰에 쿠브 앱 오류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50대 국민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당시 심각한 먹통 사태가 빚어졌다. 예약 시스템이 오픈된 이후 과도한 트래픽이 몰리면서 사이트가 다운됐고, 이 같은 현상은 수 일간 지속됐다. 결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LG CNS, 네이버 클라우드 등 대기업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백신 예약 시스템은 정상화가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긴급한 소프트웨어 사업에 한해서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사업 참여 지원에 관한 지침'을 통해 대기업 참여 예외사업 심의·통보 기간을 15일로 단축하기로했다.
그로부터 5개월여가 지났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전혀 없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백신 예약 시스템 먹통 당시 교훈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번 방역패스 혼란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백신예약이나 방역패스 같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을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없는 중소 개발사에 맡기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트래픽이 얼마나 발생할지,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분산할지 등의 대책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외주 개발사의 역량 부족과 트래픽 예측 실패 등과 같은 표면적 원인 외에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질병청과 기타 유관 부처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본래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였으나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지난해 9월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됐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질병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 이외에 신생 조직으로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패스를 비롯한 코로나19 관련 IT 시스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도 조직의 위상 정립이라는 당면 과제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방역패스는 큰 틀에서 보면 전자정부 구축의 일부분에 속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와의 협업이 필요할 수 있고, 또 IT 역량에 전문성이 있는 과기정통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협업을 주도해야 하는 청와대가 부처, 기관 간 교통정리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백신과 관련한 이슈가 큰 문제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며 "청와대가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처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앞서 백신 예약 대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질병관리청은 방역 전문 부처이지 IT 전문 부처는 아니므로 행안부와 과기부 등 관련 역량을 갖춘 부처와 적극 협력하고 민간의 클라우드 시스템까지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업계와 국회 등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 팀을 구성하라고 압박한 후 나온 반응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이번 방역패스에서도 같은 오류가 반복되고 말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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