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덜 위험하다지만…낙관론 경계하는 WHO
남아공·영국 연구진 "오미크론, 델타보다 중증 위험 덜해"
WHO, 중증도 분석 진행 중…백신 무력화 가능성 제기
"확진자 급증하면 보건체계 붕괴"
2021-12-23 14:04:20 2021-12-23 14:04:2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염력은 강하지만 위중증 유발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섣부른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지난 10~11월 코로나 감염자들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 환자들의 입원율이 다른 변이 감염자보다 80%가량 낮았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은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첫 보고한 나라다. 남아공을 비롯한 남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미 이달 초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NICD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지난 4~11월 델타변이로 입원한 환자들과 비교할 때도 중증 진행률이 70%가량 낮았다.
 
21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공항E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코로나19 검사소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연휴 기간 동안 미국에서 주요 변종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이 입원하게 될 위험이 델타 변이보다 40∼45% 적다고 발표했다. 닐 퍼거슨 교수는 “이 분석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와 비교해서 입원 위험이 약간 적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는 540만명의 코로나19 감염자의 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확진자의 입원률이 델타보다 약 70% 가까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치명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연구 결과들이 아직 학계 평가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신뢰도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남아공 NICD의 셰릴 코헨 교수는 “오미크론의 심각성이 다른 변이에 비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가능성’(positive story)”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전 변이들에 대한 감염률이 높은 남부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를 성급히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차원의 오미크론 중증도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다. WHO는 3~4주 안으로 해당 변이의 중증도 분석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초기 연구결과가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덜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부스터샷(3차 접종) 후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전날 WHO는 주간 역학 보고서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106개국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WHO는 전 세계에서 델타가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전반적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확진자 급증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이다. WHO는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의료 시스템이 압도당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자나 코로나 감염력이 있는 사람들의 오미크론 중화항체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면역 회피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지역 책임자는 지난 21일 "몇 주 안에 오미크론은 유럽 지역 더 많은 나라에서 지배종이 될 것이며 이미 포화 상태에 놓인 의료체계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입원 위험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들도 같은 의견이다. 닐 퍼거슨 교수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최근과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난다면 의료 서비스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울하우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개별적으로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감염이 한꺼번에 발생해서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쿠르퓌르스텐담 쇼핑 거리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도 모임을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클럽 등은 문을 닫아야 하며 대형 스포츠 행사는 무관중으로 열린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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