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로 인해 입시절차에 혼선이 빚어지고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까지 했다. 이번 사태뿐 아니라 출제 오류는 수년에 한번씩은 일어나는 사건이 돼버렸다.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높은 난이도가 수험생은 물론 출제 기관까지 삼키는 형국. <뉴스토마토>는 오류가 반복되는 원인과 배경을 알아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올해 수능 출제 오류가 연말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체면을 구겼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이후 문제출제 오류는 최종 인정된 것만 9건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4학년도 언어 △2008학년도 물리Ⅱ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2014학년도 세계지리 △2015학년도 외국어 영역·생명과학Ⅱ △2017학년도 한국사·물리Ⅱ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등이다. 이 중에서 3건은 전원 정답처리, 나머지는 복수 정답 처리됐다.
2004학년도 수능에서는 사상 최초로 출제 오류가 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평가원)은 2003년 11월24일 기자회견에서 언어(현 국어) 영역 17번 문제로 2개 문항의 복수 정답 처리를 발표했다. 사상 최초로 채점 후 정답 변경이라는 혼란 때문에 당시 이종승 평가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할 것"이라고 발언했고 12월1일 사퇴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
2008학년도 수능은 등급제 최초 시행과 맞물리면서 오답 여파가 컸다. 청와대에서 복수정답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2007년 12월22일 한국물리학회에서는 과학탐구 영역의 물리Ⅱ 과목 11번 문제에 대해 복수 정답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4일 평가원은 복수 정답을 인정했고 강장정 평가원장이 자리를 내놨다.
2010학년도 과학탐구 영역 지구과학Ⅰ 19번에서도 채점 이전인 2009년 11월23일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해당 문제는 개기일식 지속 기간이 부분 일식보다 길다는 이론을 전제로 깔았으나, 실제로는 부분일식이 더 긴 사례가 나와 번복된 것이다.
2014학년도 사회탐구 영역 세계지리 8번도 전제가 되는 통계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유럽연합(EU) 총생산 규모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 규모가 크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NAFTA가 더 컸기 때문이다. 재판까지 간 오류 논란은 1심에서 평가원 승소, 2014년 10월 2심에서 패소로 뒤집혀 사상 최초의 전원 정답 처리로 이어졌다.
이어 2015학년도 수능의 경우 외국어(현 영어) 영역 홀수형 25번,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과목 8번 모두 복수 정답 처리됐다. 특히 외국어 문제 보기는 퍼센트포인트(%P)로 표현해야 할 것을 퍼센트(%)로 표기했다. 2014년 11월24일 김성훈 원장은 정답을 정정하면서 취임 7개월 만에 자진 사의를 표했다.
올해 이전 마지막으로 오답이 인정된 2017학년도 수능 역시 한국사 14번이 복수 정답, 물리Ⅱ 9번의 경우 전원 정답 처리됐다. 2년 연속 오류 이력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강조한 '무결점 수능'에 다시 금이 갔다.
2022학년도 수능은 사상 최초로 정답 결정이 유예된 수능으로 남았다. 생명과학II 20번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가처분 신청이 사상 최초로 인용되면서 대학 입시 일정이 미뤄졌다.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이 수험생 손을 들어주자 강태중 평가원장은 전원 정답을 발표하면서 사의를 표했다.
2014년 11월 김성훈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 발표 브리핑 열고 수능시험 출제 오류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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