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신세계 계열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들려 '달걀, 파, 멸치, 콩' 등으로 장을 보며 편을 들었다. 달걀과 파, 멸치와 콩 앞글자만 따면 '달파멸콩'으로 이는 '문파 멸공'을 의미했다는 해석이 짙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자제를 촉구하는 등 정치권 싸움으로 번졌다. 때아닌 정용진발 색깔 논쟁이 점화된 모습이다.
윤 후보는 8일 오후 방역패스와 밥상물가 점검 차원에서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봤다. 국민의힘은 이를 사진으로 담아 언론에 배포했고, 윤 후보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앞서 정 부회장의 '멸공' 해시태그를 연상케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는 문구와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을 일으켰다. 윤 후보를 구현한 '인공지능(AI) 윤석열'도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다. 달·파·멸·콩"이라고 말하며 오늘의 장보기가 정 부회장의 '멸공'과 같음을 시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서울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며 밥상물가, 방역패스 문제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문파'(문재인 지지층)와 '멸공'을 암시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달'은 영어로 'moon'이며, '파(波)' 또한 부류나 특정세력의 모임을 지칭을 뜻한다. 즉 '문파'를 교묘하게 '멸공'과 엮어 적개심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 지지층을 공산당에 비유해 멸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사진/나경원 전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대대표도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을 본 인증 사진을 올리며 논란에 가세했다. 사진에는 그가 멸치와 검정 약콩, 초콜릿바인 자유시간 등을 카트에 담는 모습이 담겼다. 나 전 원내대표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 밖에 없을 텐데"라며 "멸공! 자유!"라고 썼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용호 의원은 "정용진 부회장을 응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의원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사진/김태년 전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
반면 여권에서는 윤 후보와 정 부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이 '멸치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는 글과 함께 왼손에 파를 든 사진을 올렸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려깊지 못한 행동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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