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 둘 씩 현실화 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금융시장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회색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용어다. 갑자기 발생하는 상황이 아닌 지속적인 경고로 그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다.
고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도 여러 위험 징후가 포착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회색코뿔소를 인용한 것이다.
고 위원장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테이퍼링을 가속화 하면서 이제는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까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코로나19 상황과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이슈도 가시화 하면서 새해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 위원장의 경고에 뜻을 같이 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올해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잠재됐던 리스크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통화긴축 가속화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 가격 폭락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사에도 미국채 수익률은 적정 수준보다 낮아 실질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작년 4월부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지속되고 있어 향후 침체로 인한 시장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영업자 대출과 비금융권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일정 수준 통제되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비은행권 대출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비금융권에 대한 감독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올해도 금융안정이 가장 중점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국내외 리스크 요인을 적시에 탐지하고 정확히 분석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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