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건희가 아니라 김혜경이었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이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오히려 국민의 힘측에서는 ‘애써서 해당 방송을 못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역시 김건희’, ‘일당 백 김건희’라는 격려와 자화자찬의 평가가 쏟아졌다고 하고, 김건희씨를 ‘원더우먼’에 빗대어 ‘원더 건희’라고 부르거나 ‘걸 크러시’라며 찬사를 퍼붓는 팬 까페도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선, 해당 방송에서는 김씨가 현직 기자를 매수하며 ‘홍준표 후보를 곤란하게 만드는 공격을 집중적으로 하면 유튜브에서 슈퍼챗이 많이 쏟아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을 주도한 건 보수인데 바보들이 진보라고 생각한다’라거나 ‘보수는 돈을 주니 미투가 없는 거다’, ‘조국은 가만히 있었으면 구속까지는 안 시킬건데 유시민과 김어준 등이 너무 떠들어대서 그렇게 했다’, ‘나는 영적인 사람이고 도사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등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그 이후 다른 곳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자신에게 부정적인  발언을 해왔던 기자나 특정 매체를 거론하며 ‘내가 정권 잡으면 얘네는 감옥 가야지. 더 떠들라고 해. 권력이 그래서 무서운 거야. 경찰이 알아서 할거야’라는 발언이 보도되었고, 18년 동안 본인 모친과 재산 분쟁으로 법적 다툼을 이어오던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무산 문제를 사전에 기획하고 확정시켜 국정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계속된 기자와의 통화에는 ‘남편하고 처음 만나 결혼할 때도 (무속인)의 말을 듣고 했다’라거나, ‘남편이 사법시험을 계속 본 것도 무속인의 조언 때문이었고, 나중에 검찰총장이 된 것도 무속인의 말 그대로였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기자의 손금을 봐준다면서 ‘너는 여자 복이 없다’, ‘나는 웬만한 무당보다 더 잘 본다.’, ‘너는 기자가 안 맞고 경찰이 맞는다’라는 식의 대화를 반복해서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발언들이 문제인 것은 우선, 그녀의 기존 관련 해명이 거짓이었을 뿐 아니라 공권력을 사유화한다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그녀 측에서는 검사 출신 변호사인 양 모 변호사와 해외 여행을 같이 갔었다는 것을 그동안 계속 부인해왔었는데 해당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오히려 ‘그래 다녀왔어. 이를 계속 보도하는 기자 등은 결국 감옥에 갈거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정권을 잡은 이후 공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경찰이 알아서 해줄 거고, 그게 바로 권력의 무서운 점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그녀는 ‘조국 전 장관 가족’ 의 구속 및 수사 등은 당시 검찰개혁을 하려는 법무부장관을 저지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된 과도한 것이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윤 후보가 검찰 총장이던 당시 ‘권력을 사유화했고’,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한층 더 심각하다. 그녀는 계속 ‘내가 정권을 잡으면’ 이라든가,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이라고 말하면서 후속 보복조치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최순실 시즌2'를 연상케 하는 발언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편과 함께 남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김씨 주변인으로 계속 언급되고 있는 무속인들의 존재는, 윤 후보가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부인 김씨 주변 무속인의 말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막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나 윤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국정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이, 자칫 ‘도사’들의 조언이나 무속적 믿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음은 심히 걱정스럽다. 

 

김씨는 오마이뉴스나 ytn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오빠, 동생’발언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 통화에서도 통화한지 4분만에 기자를 ‘오빠’라고 부르려고 했고 기자가 대선 후보 부인과 공식통화임을 강조했지만 결국 ‘누나, 동생’으로 호칭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녀는 이번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도 계속해서 기자를 ‘동생’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그녀가 사적관계와 공적관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관계를 사적인 관점에서 형성하려 하고 ‘친분’으로 정리하려 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이 역시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드러낸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민의 힘에서는 그녀의 통화내용이 특별할 게 없다고 프레임을 형성하고,  오히려 팬덤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상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만약 문제의 통화가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그때도 국민의 힘에서는 ‘멋지다, 시원하다, 할 말 했다’라며 감쌀 수 있을 것인가?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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