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일부 응시자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인사담당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정계선)는 14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모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송 전 부장 후임자 강모 전 인사부장에게도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며 오모 전 인사팀장과 박모 전 인사팀장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에도 원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채용의 공정성은 중요한 가치”라며 “피고인들은 하나은행 채용업무를 담당하면서 점수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하나은행의 업무 공정성을 현저히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좌절감을 감안하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피고인들이 이 범행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거나 자녀·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하나은행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들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사외이사·계열사 사장 등과 연관된 지원자나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여성 지원자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응한 이들과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 2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 인사담당자에게 관련 지시를 내린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별도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함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금융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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