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해 고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이 새겨진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 제안 철회 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시에 저격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차별화를 꾀하고 나섰다. 일주일 간의 단일화 국면으로 퇴색됐던 자신의 색깔을 되찾고 제3의 후보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방문 사실을 알리며 "안 의사는 과거와 싸운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싸운 분"이라고 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했다. 과거에 매몰된 양당 후보와 다르게 자신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안 후보는 그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과거에 대한 네거티브에 치중한다며 자신만이 미래를 말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모두까기'는 전날에도 두드러졌다. 안 후보는 단일화 철회 뒤 곧바로 서울 홍대거리 유세에 나서며 "지금 1번 후보나, 2번 후보나 둘 중에 누가 돼도 국민 분열, 무능·부패, 4차산업 혁명 도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제가 홈런 치는 4번 타자가 돼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단일화 철회 후 양당이 보인 자세에 대해서는 더 거칠게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이 전날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하자, 홍경희 선대위 대변인 명의로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았다"며 "3인칭 관찰자 같은 황당한 논평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고 재차 러브콜을 보낸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며칠 전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구걸'로 비하하더니 송 대표의 정신 상태에 의문을 표한다"고 맹비난했다.
다시 '거리두기'를 통해 대안으로서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사전투표일(3월4~5일)이 불과 2주도 안 남은 촉박한 상황과 정체된 지지율 등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안 후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5.8%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날 공개한 조사에서도 0.6%포인트 오른 8.3%에 머물며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연초 20%에 육박하던 고공행진은 옛일이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해 고 안중근 의사 동상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하지만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선 일정을 다시 시작한다. 날은 춥지만, 봄이 머지 않았다"는 말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2일부터 23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PK(부산·울산·경남)를 방문하는 것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하나다. 안 후보가 지난해 연말 방문했던 부산은 올해 연초 지지율 상승의 도화선이 됐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산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이번 PK 방문을 통해 당시 좋았던 흐름을 재현하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정체된 지지율보다는 대선 완주 선언으로 앞으로 안 후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 주목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 표는 중도층의 표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5%, 6% 나온다고 해서 여야 입장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막다른 길에 처했다가 대선 완주,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등 선택지가 늘었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등과 2등 후보 중 떨어지는 이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지만, 3등은 다르다"며 "안 후보는 이번 대선 완주를 통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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