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첫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동맹국으로 분류되는 서방 진영도 일제히 동참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를 옥죄는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까지 불투명해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 냉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미국과 동맹이 시행한 조치를 훨씬 뛰어넘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제재 초기 당시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적성국대항제재법' 적용을 통해 기존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 강화와 함께 금융, 자원, 금속 광산, 철도를 운영하는 관계자 등도 제재대상에 올렸다. 미국인이나 미국 내의 법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제재 역시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2차 제재가 실행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러시아 제재 내용은 △러시아 은행 2곳 제재 △러시아 국가채무 관련 포괄적 제재 △푸틴 대통령 측근인 엘리트 그룹 및 그 가족 제재 등으로, "러시아가 공격을 계속할 경우 추가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가 당초 예상보다 약하는 평가가 나오지만, 푸틴의 행보에 맞춰 단계적 제재조치가 이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조치를 '1차분 제재(first tranche)'로 언급한 만큼 다음 제재에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등 경제 제재 방안을 비롯해 러시아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국제은행간토인협회(SWIFT) 결제망 배제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국가들에 미칠 타격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며 러시아를 겨냥한 첫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일제히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 행보에 동참했다. 그간 러시아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은 서방의 대러 핵심 제재로 꼽히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국은 러시아 로시야은행과 IS은행, 제너럴은행, 프롬스비아즈뱅크, 흑해은행 등 은행 5곳과 푸틴 대통령의 사금고 관리인으로 알려진 게나디 팀첸코, 이너서클 멤버인 보리스 로텐베르그, 죽마고우인 아르카디 로텐베르그의 아들 이고르 로텐베르그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EU는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과 EU간 무역 금지를 골자로 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방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의 경우 현재 국제 사회의 지탄 등을 우려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국가의 정당한 안보 문제는 존중돼야 하며,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은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 손을 잡기보다는 제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은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러시아와의 외무장관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러시아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중단을 선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상 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날 현재로선 미·러 정상회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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