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석 메디톡스 부사장. (사진=메디톡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이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년 가까이 조사하며 축적한 여러 증거자료들이 국내 재판부에 제출됐다.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ITC 판결 무효화는 합의에 따른 절차적 수순…대웅 도용 인정 사실 달라지지 않아"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로부터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와 제조공법 등이 도용됐다는 의심이었다. 의심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ITC 소송과 국내 민·형사 소송으로 번졌다.
2019년 메디톡스가 제소한 ITC 소송은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로 마무리됐다.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21개월간 나보타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합의를 체결했고, 에볼루스에 부과된 ITC의 수입·판매 금지 명령은 철회됐다. 이후 대웅제약의 또 다른 미국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와도 합의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ITC 절차에 따라 판결이 무효화됐다. 대웅제약은 이를 두고 ITC의 오류를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희석 부사장은 "미국 등 제3국에서 대웅제약 제품의 판매 계약을 맺은 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는 ITC 결과를 바탕으로 메디톡스와 합의를 했고 그 후 ITC 절차에 따라 판결은 무효화 된 것"이라면서 "즉 ITC 판결은 절차에 따라 무효화가 됐을 뿐 ITC가 대웅의 도용을 인정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에볼루스·이온바이오파마와 합의로 상당한 금액 수령
메디톡스는 ITC 최종 결론 이후 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 합의를 체결하면서 매출에 따른 현금을 수령하고 있다. 각각의 계약을 보면 에볼루스는 11년9개월, 이온바이오파마는 15년간 메디톡스에게 나보타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내야 한다.
주희석 부사장은 "에볼루스에게는 합의 시점부터 정기적으로 매출에 따른 로열티와 합의금을 받고 있다"라며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상당한 금액을 매 분기 현금으로 수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 이후 에볼루스의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나스닥에 상장된 에볼루스 주식 가치도 올라가고 있어 로열티 금액과 합의로 받은 주식의 가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주희석 부사장은 또 "이온바이오파마로부터는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합의금 명목의 주식만 받은 상태지만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별도의 로열티를 추가로 받게 된다"라고 부연했다.
검찰 무혐의 결정에 아쉬움…"ITC 증거자료 국내 소송서 결정적 역할"
메디톡스는 ITC 소송에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지만 국내 형사 소송에선 검찰 무혐의 처분에 가로막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지난달 4일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웅제약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나 제조공정 등을 유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검찰 무혐의 결정 이후 메디톡스는 즉각 반발했다. 주희석 부사장은 "검찰이 충분한 자료 검토 없이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만료를 사유로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2017년 고발했는데 4년여가 지난 작년에서야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ITC에서 밝혀낸 결정적 증거들도 검찰에는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메디톡스는 최근 검찰 무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주희석 부사장은 "얼마 전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으며 이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희석 부사장은 형사와 달리 민사에선 중요한 ITC 증거자료들이 재판부에 제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ITC 증거자료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합의를 했다고 범죄 행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라며 "이미 ITC가 2년 가까이 조사하며 축적한 여러 증거자료들이 국내 재판부에 제출돼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품 3종. 왼쪽부터 메디톡신, 코어톡스, 이노톡스. (사진=메디톡스)
"하루빨리 공개토론 참여해 K-바이오 발전에 집중해야"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를 처음 주장했던 2016년부터 꾸준히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대웅제약이 토양에서 나보타 균주를 자체 발견했다면 이 과정 전반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논문 등을 통해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희석 부사장은 "정말 대웅제약이 생산에 사용한 보툴리눔 균주를 한국 땅에서 발견했다면 육하원칙에 근거해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실제 과학자들은 새로운 균을 찾으면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기 때문에 논문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상식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소모전은 K-바이오의 미래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하루빨리 공개토론을 진행해 투명하게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K-바이오,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제품 상반기 허가 신청…해외 진출도 고려
대웅제약과의 소송전과는 별개로 메디톡스는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국내 허가와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은 'MBA-P01'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임상 3상을 곧 마무리하고 상반기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주희석 부사장은 "MBA-P01은 메디톡스의 R&D 역량과 최신 제조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톡신 제제로 호주 임상 2상을 완료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제제"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을 제외하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상업화한 기업이 소수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해외 기업은 상당히 많다"라며 "MBA-P01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개발한 제품인 만큼 관련 협의도 여러 채널을 통해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상업화 권리 되찾은 'MT10109L' 임상 데이터 분석 중…연내 美 허가 신청 논의 착수
메디톡스는 MBA-P01 외에도 'MT10109L'이라는 보툴리눔 톡신도 준비 중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엘러간(현 애브비)에 이 제제를 기술수출한 바 있다. 현재 이 계약은 애브비의 권리 반환으로 종료됐다.
주희석 부사장은 "지난해 메디톡스가 상업화 권리를 되찾아온 신제형 톡신 제제 MT10109L은 애브비로부터 받은 임상 3상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양이 방대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허가 신청(BLA)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현지 마케팅과 영업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파트너 계약도 검토 중이다. 직접 진출하는 방식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현지에 특화된 영업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이 가진 장점도 많아 여러 제안을 검토한 후에 최적의 방법을 선택할 계획이다.
주희석 부사장은 "애브비와의 계약 종료를 두고 일부에서는 임상 결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는 톡신 제제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억측"이라며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임상 성공 난이도를 다른 신약과 동일선상에 놓고 봐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다면 양사 간의 계약 종료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툴리눔 톡신 넘어 파이프라인 다양화
메디톡스는 톡신, 필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주희석 부사장은 "지난해 분야별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소속 연구원들이 독립해 설립한 미생물 연구에 특화된 차세대 신약개발 전문기업 리비옴과 항암 및 면역질환 치료 분야에 특화된 신생 바이오 기업 상트네어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이전을 하며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메디톡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중에는 지방분해주사제 'MT921'이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6월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총 240명의 중등증 및 중증의 턱밑 지방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승인받은 바 있다.
주희석 부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경쟁품과 대비해 멍, 부종 등 부작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라 톡신, 필러 제품군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이외에도 메디톡스는 안과 질환 및 면역관문저해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경력
△1990~2016년 8월 대웅제약 허가, 약가, 홍보, 마케팅 임원 △2016년 메디톡스 상무 △2018년 메디톡스 전무 △2021년 메디톡스 부사장 및 메디톡스코리아 대표이사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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