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러시아 상공을 우회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실적을 견인해온 화물 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쟁으로 항공 유류비가 오른 상황에서 러시아 항로를 우회하면 비행 시간도 늘어나, 전쟁이 지속될수록 부담도 점점 커지는 구조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여객기 운항과 유럽 노선 화물기에 대한 모스크바 경유를 다음달 말까지 일시 중단한다. 여객기는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22일, 모스크바 노선이 24일부터 멈춘다.
화물기는 프랑크푸르트와 암스테르담 노선이 모스크바 경유 없이 운항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의 안전과 국제 정세를 고려해서 비용 면에서 손해가 있지만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부터 인천발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과 미국 뉴욕 노선을 우회한다. 우회 항로 종료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촬영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두 항공사는 유럽의 경우 중국과 카자흐스탄, 터키를 경유하고 미주 동부 노선은 알래스카 태평양을 통과한다. 비행 시간은 편도 기준으로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45분 정도 늘어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양사의 실적은 화물이 끌어왔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2383억원에서 지난해 잠정실적 1조4644억원으로 뛰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63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가 지난해 잠정 456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세계적 공급망 정체 상황에서 항공 화물 수요를 확보한 영향이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로가 길어지면서 양사는 유류비 부담이 늘게 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132.86 달러다. 전 달보다 19.5% 올랐고 1년 전보다 82.3% 높다.
대한항공 연료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분기 15%에서 지난해 4분기 28%로 뛰었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000만 배럴이다. 배럴당 1달러가 오르면 약 3000만 달러(약 357억원) 손실이 따른다. 아시아나항공 영업비용의 유류비 비중도 2020년 3분기 17%에서 지난해 3분기 26%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기존 러시아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류비 상승과 항로 우회에 따른 부담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가 증가해서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전쟁이 천재지변 중 하나인데 항공사에서 온전히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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