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간 망이용대가 법정공방 2차전에서 넷플릭스는 빌 앤 킵(Bill and Keep·상호무정산) 관행에 따라 망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빌 앤 킵은 통신사(ISP)와 통신사간 이뤄지는 정산 방식으로, ISP와 콘텐츠공급자(CP) 간에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며, 상인의 보수청구권 주장을 추가했다.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1차 변론에서 넷플릭스 측은 자체 네트워크 기술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경감할 수 있는데, SK브로드밴드가 이를 거부하면서 CP에 망이용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현재 전세계 7200곳이 넘는 ISP와 연결돼있지만, 이 중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하고 망이용대가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ISP들은 OCA 설치 등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도 말했다.
OCA는 넷플릭스가 개발하고 운영하는 콘텐츠 전용 캐시서버로, 지역마다 일종의 거점을 마련해 대용량 콘텐츠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1조원 규모를 투자해 네트워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인프라를 무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빌 앤 킵 전략으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절감해주는 트래픽 가치와 망이용대가가 유사하므로 상호무정산을 하자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체험존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상호무정산은 ISP와 ISP간 이뤄지는 정산으로, ISP와 CP간에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OCA를 국내망에 설치하더라도 공간사용료 등 비용이 발생한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상인의 보수청구권 주장도 펼쳤다. 상법 제61조에 나오는 상인의 보수청구권은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해 상당하는 보수를 청구할 수 있음을 명시한 법령이다. SK브로드밴드 법률 대리인 측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위해 전용회선을 제공했고, 상법상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2차 변론은 5월18일 진행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1심 결과가 1년이 넘게 걸린 만큼 2심도 종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황은 SK브로드밴드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가 국내외 CP간 망 이용대가 차별 적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글로벌 CP가 우월적 지위로 '제 값'을 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 또 글로벌 이통사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CP의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흐름도 SK브로드밴드에 유리한 요소다. 지난달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유럽 대형 통신사들은 유럽연합(EU) 의원들에게 ‘빅테크 그룹에 인터넷 인프라 확장 비용을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촉구하라’며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CP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함으로써 ISP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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