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신생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포함하게 된 배경에 시행업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가 등 ‘맨파워’를 고려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6차 공판을 열고, 하나은행 부장 이모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에 참여할 당시 실무를 담당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설립된 시행사 '성남의 뜰'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이날 오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영학 회계사 측이 “화천대유와 대장동 개발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맨파워를 들었는데, 양모 화천대유 전무, 이성문 전 대표 등이 있어서 믿고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 역할을 하는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 언제 알게 됐느냐”는 정 회계사 측 질문에 이씨는 “2015년 6월 또는 7월경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 측이 “이 전 대표가 김씨의 지시를 받고 일한 것으로 알았느냐, 이 전 대표와 정 회계사가 김씨를 모신다는 느낌 받았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세 분(김만배·이성문·정영학)의 정확한 역할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두 분(이성문·정영학)이 김씨를 깍듯이 모시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오후 주신문에선 검찰 측이 출자금액의 연 25%를 하나은행 컨소시엄 금융사에 우선 배당하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 경위를 묻자 이씨는 “하나은행이 지금까지 (개발 사업에) 들어간 관행을 보면 원금보장을 받고, 나머지를 금리 7~8%나 10% 이내로 보상 받는 방식으로 출자하던 때여서 우리도 그렇게 방향을 잡았다”며 “(당시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들어오는 다른 금융사들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 따르면 사업 출자자(주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 50.1% △하나은행 등 금융사 43% △화천대유자산관리 및 특정금전신탁 6.9% 등으로 구성됐다. 성남도개공과 하나은행 등 금융사(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신탁)는 미리 정한 이익을 초과해 배당받을 수 없는 ‘비참가적 우선주’를 받기로 했으며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은 출자액의 연 25%만큼을 배당받게 됐다.
하나은행 컨소시엄 금융사들이 성남의뜰에 출자한 금액은 총 21억5000만원(지분율 43%)으로 매년 이 출자액의 25%에 해당하는 5억3750만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검찰이 “이런 내용을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와 협의한 것이냐”고 묻자 이씨는 “(화천대유와) 협의하고, 나머지 참여 금융기관들끼리도 협의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의 협의에 대해선 “공사는 (화천대유, 하나은행 등) 민간사업자 배분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의 주요 출자자다. 성남의뜰 지분은 성남도시개발공사(우선주 50%+1주)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우선주 43%)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화천대유와 SK증권(천화동인 1~7호)가 나머지 7%(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9년~2021년) 배당금을 살펴보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4040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간 반면 주요 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등 금융사는 각각 1882억원, 32억의 배당금을 받았다. 여기서 하나은행이 챙긴 배당금은 11억원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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