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강원도와 제주도는 3선 연임제한과 현역 지사 중도사퇴로 무주공산이 됐다. 6·1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확실한 후보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은 강원과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 '후보 경쟁력'이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번 대선에서 강원은 국민의힘이, 제주에선 민주당이 표심에서 앞섰지만 '인물 변수'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강원도지사 선거전의 관전 포인트는 현직인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를 못하게 되면서 무주공산을 누가 차지하느냐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서 모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제쳤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선 '최문순 심판론'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진태 전 의원과 황상무 전 KBS 앵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에서는 김진태 전 의원이 지난달 23일 강원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당내 이재명비리국민검증위원장 역할을 맡아 대장동 의혹 저격수로 활약했다. 또 오랜 기간 강원도에서 정치를 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 윤석열 당선인의 언론전략기획을 담당했던 황상무 전 KBS 앵커도 지난달 11일 도전장을 냈다.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TV토론 과외교사 역할을 맡았던 황 전 앵커는 언론인 출신으로 대중에게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출마에 맞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철규 의원은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힘 있는 여당론'을 앞세울 적임자로 꼽힌다.
이광재 의원. (사진=뉴시스)
민주당에선 민선 5기 강원도지사 출신의 이광재 의원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이 의원은 당으로부터 지방선거 출마를 꾸준히 권유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하지만, 이 의원의 인물 경쟁력을 앞세운 다면 강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시장직을 내려놓고 이재명 상임고문을 도운 원창묵 전 원주시장도 도전장을 던졌다. 김우영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강원도가 워낙 이익 투표에 민감한 곳이라 본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광재 의원이 제일 경쟁력이 있다"며 "이 의원이 나오면 강원도지사 선거도 민주당으로선 해 볼만하다"고 평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강원도는 안보 이슈가 부각되기 때문에 국민의힘 쪽에서 유리한 전선이 만들어졌다"며 "결국 '안보 이슈 대 이광재 의원의 개인기·지역 영향력' 이 맞부딪히는, 국민의힘 우세 속에 민주당이 맹추격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초반 기세를 잡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2020년 총선에서 제주 지역구 의석 3석을 석권한 데다, 이번 대선에서도 제주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윤 당선인에 비해 9.9%포인트 앞섰다.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유리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제주지사 선거를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주도 특유의 '인물 변수' 때문이다. 역대 8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인 4번, 여당 3번, 야당 1번의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원 38석 중 29석을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무소속이던 원희룡 지사가 당선됐다.
오영훈 의원과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장. (사진=뉴시스)
민주당의 제주도지사 후보군은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장,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오영훈 의원 등 3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현역 중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비서실장을 지낸 오 의원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제도개선비서관을 지낸 문 전 이사장은 지난달 17일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문 전 이사장은 직전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전 지사와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태석 전 도의회 의장도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의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최근 제주도 지역에서의 지지율 우위 흐름을 잘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장성철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에서는 7명 정도가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고경실 전 제주시장, 김용철 회계사,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부임춘 전 제주신문 대표, 장성철 전 도당위원장, 정은석 전 한국노총 KB국민은행지부 지회장,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등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승리 분위기를 지방선거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제3의 인물'이 등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힘 있는 여당론'을 앞세워 중앙정부와 가교 역할을 하면서 지역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할 적임자를 세워야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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