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대가 3세 정기선 체제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계열사의 잇따른 근로자 사망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인간(Human)의 역동적 에너지(Dynamics)'란 의미를 내세워 'HD현대'로 이름을 바꾸고 신사업을 통한 '퓨처 빌더'를 선언했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작업 환경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2야드 패널공장의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안전보건 관리 조치가 미흡했다고 드러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까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일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2야드 패널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 한 명이 숨졌다. 사진은 폭발사고 현장.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중공업 노조가 집계한 현장 사고 사망자는 회사가 세워진 1972년 이후 473명에 달한다. 올해만 사망 사고가 2건 발생했다.
노조는 회사의 안전 예산 30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고용노동부 측은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면 (안전 예산 사용처 확인이) 고려는 될 것"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검토할 부분이 있어 그것을 명확히 본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은 새 지주사명과 함께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달 22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009540)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지주사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계열사별 사업 전략과 성장 기반을 마련해 새 먹거리 확보에 적격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앞서 정 사장은 지주사명이 HD현대로 바뀌기 전인 올해 1월 미국 CES에서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로 새로운 성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 사업을 이끌 혁신 기술로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솔루션 기술 등을 꼽았다.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현대중공업지주 정기선 대표가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사 아비커스를 통해 완전자율항해로 해상 사고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와 조선·해양 등 핵심사업에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도 순항하고 있다. 이날 기준 선박 70척에 71억달러(8조6265억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21조1896억원)의 41%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선순환 체계 구축이 목표다. 지난달 KDB산업은행 보증으로 5년 만기 3억달러 규모의 외화 그린본드 투자자 모집을 했으며, 6억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이 반복되는 점은 현대중공업의 퓨처 빌더, ESG 경영과 대조된다. 현대중공업은 "관계 기관과 협조해 정확한 사고 내용과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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