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격리 기준이 완화되고 곧 일상회복이 시작되지만 가족 간 감염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았다. 재택치료 체계가 가족 간 접촉을 늘리고 있지만 가족 간 격리 여부는 각 가정의 역량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13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가족 내 감염률은 40%대로 추정된다. 오미크론 확산 이후 재택치료 체계로 전환되면서 가족 간 감염 사례도 확진자 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추정치에 불과할 뿐,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가족 간 감염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미비하다. 확진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가 매일 발표될 때에도 가족 감염은 확진자 접촉 등으로 분류될 뿐이었다. 따라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숨은 감염자까지 고려하면 확진자의 동거인이 감염될 확률은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확진자 역학조사와 격리자 추적 시스템까지 중단하면서 사실상 검사와 치료, 격리는 모두 '셀프'에 맡긴 상황 때문에 동거인 가족에겐 이는 '비상'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가정은 자녀나 고령자가 있을 경우 동거인은 돌봄을 이유로 양성자와 접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정부가 가족 감염 대응을 각 가정의 역량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가정 전파율이 40%대인데 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해도 수동 감시를 하고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확진자 대면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내 내과 개원의는 "전업주부나 맞벌이 부부 자녀의 아이를 돌보면서 외부 활동이 극히 적어도 확진되는 경우는 거의 가족 감염이었다"라며 "넘쳐나는 확진자를 관리하는 방역당국의 입장에서는 재택치료자로 인한 가족 감염을 될 수 있으면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 가족 감염의 원인은 정부가 급격하게 전환한 재택치료 체계가 '지원'이 아닌 '방치' 기조로 흘러가면서 나온 현상이라는 뜻이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확진되거나 돌봄자가 감염되는 경우는 연쇄감염 우려가 있어도 재택치료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외부 확산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가정에서부터 숨은 확진자가 많은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확진자 가정에 대한 재정 지원을 아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급격하게 재택치료 체계로 전환하면서 유급 병가와 상병수당(병가 시소득의 일부를 보전) 등 사회 정책 도입을 하지 않았고 격리지원금도 모두 미비한데다 확진돼도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의료붕괴로 재택치료를 시행했다면, 이를 잘 할 수 있도록 가정의 손실보상을 도입하거나 (가족의 형태별) 돌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전용 의료상담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아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