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감염'의 그늘①)한부모·장애가정…두 눈 뜨고 '연쇄감염' 당한다
"자녀 혼자둘 수 없지 않냐"…공동격리 불가피
장애인 재감염 위험 취약…가족도 '살얼음판'
2022-04-14 06:00:00 2022-04-14 0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정부의 격리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가족 간 코로나19 연쇄 감염이 연일 속출하고 있다. 가정의 특성상 밀접 접촉이 불가피해 감염 위험을 인지하고도 격리 기준에 손을 놓게 되면서다.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장애인 가정은 이같은 가족감염에 취약해서 문제다.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어 '셀프감염' 되는 가족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웃지못할 상황에 방역당국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면 당하는 '가족감염'의 그늘을 <뉴스토마토>가 짚어봤다.(편집자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거주 중인 한부모가정 한모(44)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11세 초등학생 자녀가 연쇄 감염됐다. 지난 8일 새벽부터 감염증상이 발생해 11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먼저 확짐 받은 한씨가 격리에서 풀려났지만 또 다시 자녀와 공동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만 12세 미만 아동이 확진될 경우 공동격리는 권고사항이지만 자녀를 돌봐줄 장소와 사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정 부모가 지난 12일 자녀와 공동격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씨는 13일 <뉴스토마토>에 "한부모 입장에서 따로 맡아줄 사람이 없었다. 친정 어머니가 있지만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어 오히려 맡기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됐다"면서 "집에 방이 따로 있지만 평수가 9평으로 다소 좁아 필연적으로 아이가 코로나에 걸릴 수밖에 없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특히 재택치료로 격리하면서 식사와 화장실 이용 등이 가장 취약했다고 했다. 그는 "집 화장실이 1개여서 자녀와 분리해 사용할 수 없다. 소독제가 있지만 아무리 소독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기침으로 완벽히 소독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자녀가 초등학생여서 부모인 내가 밥을 차려 줘야하는데 접촉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한무모 가정에 확진자가 나올 때 자녀에게 식사만이라도 제공해 주는 돌봄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씨의 바람이었다. 그는 "본인만 확진됐을 때 아이는 안 걸릴 수도 있었다. 나는 방에서 따로 격리하고 방문이 가능한 도우미 선생님이나 자원봉사자 등이 와서 아이의 식사 정도만 챙겨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돌봄서비스가 마련됐더라면 4~5일 정도는 떨어져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장애인 가정 역시 이같은 연쇄 가족감염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희경(66)씨는 41살 최중증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다. 김씨의 자녀는 지난달 14일 주간보호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돼 코로나19에 먼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녀와 공동 격리하면서 4일 뒤인 18일 확진됐다.
 
김씨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능 수준이 1~2세인 발달장애 자녀에게 자가격리 내내 하루 24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해도 통제가 어렵다. 그러니까 온 가족이 감염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보건소를 차치하고 이런 상황을 경찰에 도움요청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공동격리 간 자녀를 혼자 돌보기 벅차 기존 방문케어를 받던 장애인활동보조사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도움에 응한 보조사도 공동자가격리 도중 지난 20일에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는 "장애를 가진 자녀의 몸무게가 90kg 정도 나간다. 혼자 힘으로는 통제가 어려워 활동보조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부탁 해 같이 거주를 하게 됐다"면서 "보조 선생님이랑 보름 가량을 함께 보내면서 치료생활과 자녀돌봄을 같이 했었다"고 말했다.
 
자녀의 재감염이 가장 걱정된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면역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 한 재차 감염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장애인 부모들이 똑같은 고통을 함께 겪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맘놓고 맡길 수 있는 보호시설이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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