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의 경기 둔화를 촉진하고,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EU로부터 조달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선박·자동차 핵심부품 생산 차질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며 국내 수출 기업의 재고 확보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8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EU 경제 및 우리나라와 EU의 교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EU 경기 둔화 및 생산 차질은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수요 둔화, 핵심부품 조달 차질 등으로 이어져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EU는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가 밀접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우리 총 수출입의 대 EU 비중은 10~11%에 달한다. 과거 유로 재정위기(2012년) 시에도 우리나라 대 EU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먼저 한은은 EU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부진보다는, 수입 감소에 의한 생산 차질, 물가 상승, 경제 심리 위축 등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천연가스, 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EU 경제의 가계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점쳤다.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부품 부족), 철강(비용 상승) 등이 조업 차질 등으로 생산 감소가 전망된다.
이에 한은은 우리나라와 EU 간 교역 구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EU의 내수 둔화 및 공급망 차질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최종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EU의 내수 둔화에 민감한 구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최종재 수출 비중은 EU의 경우 40.2%로 미국(41.9%)보다는 낮지만 총수출(26.9%), 중국(19.3%)보다는 월등히 높다.
EU 산 반도체 제조 장비, 자동차·선박 부품은 고품질로 대체가 어렵다. EU로부터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우리 산업의 생산에 차질이 우려된다.
한은은 국제산업연관분석 및 실증분석 결과 EU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 시,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명목 기준으로 약 2~3%포인트, 실질 기준으로 약 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대 EU 수출은 EU 성장률 하락뿐만 아니라 EU의 대 러시아 수입 감소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EU 경기 회복세 둔화로 인한 우리 수출의 부정적 효과가 수출 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로부터 조달하는 반도체 제조장비, 및 선박·자동차 핵심부품 생산 차질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재고 확보 등에 도움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8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EU 경제 및 우리나라와 EU의 교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한 검문 초소에 군용 헬멧과 성화가 놓여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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