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코스피 지수가 1년 반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내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수' 의견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 중 '매수' 의견 비중은 평균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락장에 대한 대응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냐는 투자자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으로 지난 1년동안 국내 증권사 30개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06%에 불과했다. 상상인증권(0.5%), 미래에셋증권(0.8%), 다올투자증권(0.6%) 3곳만이 한 번 이상의 '매도' 리포트를 내놨다. 매수 비율은 93.37%, 중립(보유) 의견은 6.57%로 집계됐다.
리딩투자증권, 부국증권, 한양증권은 매수 의견 리포트만 100% 내놨다. 이날 공개된 160여개의 종목 리포트 중에서도 '매도'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교보증권 98.8%, 키움증권은 97.8%, DS투자증권 97.7%, 케이프투자증권 97.5%, 하이투자증권 97.3%, 유진투자증권 96.9% 등 국내 증권사 대다수가 '매수' 리포트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뉴스토마토)
외국계 증권사는 비교적 매수·중립·매도 비율이 고르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증권은 매수 49.6%·중립 34.9%·매도 15.4%, 도이치증권은 매수 51.4%·중립 34.3%, 매도 14.3%로 집계됐다. 매수의견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증권사와는 다른 모습이다.
'매수' 리포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매도나 중립 의견에 인색한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특히, 약세장 국면에서도 '매수'만을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의 대안으로 유튜브나 주식카페 등을 전전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예전에는 정보를 얻을 곳이 별로 없어서 증권사 리포트를 찾아본 적도 있는데, 대부분 좋은 이야기들 뿐이었다"면서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현실이랑 차이도 있어 보이고, 그래서 요즘에는 유튜브나 주식카페에서 자료를 더 많이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상장사와 증권사의 갑을 관계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애널리스트들이 자유롭게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목표주가를 내리는 정도의 신호를 줄 수는 있지만 상장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인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탐방에서 배제되거나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인 영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더욱 상장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매도' 리포트를 내거나 기업에 부정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내면 항의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상장사와 증권사 간의 갑을 관계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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