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전격적으로 단행된 인사 후 검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지난 20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는 '될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다. 다만, 다가오는 6, 7월 검사장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28~29기와 그 아랫기수인 차장·부장검사 인사 대상 검사들은 중견급 인사에서도 '친윤·특수부 검사'들만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25일 "정권이 바뀌고 단행된 첫 인사에 대한 불만은 없다"면서 "전 정권에서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다가 좌천된 검사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주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그러나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사상 초유의 징계사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옷을 벗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만큼 그 과정에서 튄 돌에 맞아 좌천되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검사들이 한둘이겠느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또 다른 부장검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이 뒤늦게 제자리를 찾는 것을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요즘 분위기는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온 검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경쟁하듯 '친윤·특수부 검사'들을 띄우는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형사부·공판부 검사들 사이에서 특히 짙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부장검사는 "특히 형사부 검사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수사권한이 상당부분 제한됐고, 그나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시한부 완전폐지를 둔 상황에서도 미제사건 처리에 밤낮으로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과거에는 적어도 차·부장검사 인사에서 형사부·공판부 검사를 우대한다는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될지는 모를 일"이라고 했다.
다른 지방에서 근무 중인 부부장급 검사는 "전 정부에서 형사부 검사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며 인사 때마다 강조했지만, 정작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형사부 수사권한만 폐지·제한하고 특수부 수사권만 남겨 놓지 않았느냐"며 "형사부 검사들에 대한 잔혹사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고도 했다.
다만, 이달 단행된 인사 결과만 가지고 다가오는 6, 7월 인사 방향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 초기 검찰의 진용을 갖추기 위한 '사전적 인사' 내지는 '인사를 위한 인사'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윤·특수부 검사들이지만 전임자들보다 각각 사법연수원 3개 기수가 내려간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27기)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만 봐도 오직 '친윤·특수부'의 중용만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그래서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대검 공공수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한 김유철 검사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했지만 6개월만에 자리를 옮겼고 전형적인 공안검사로 '친윤·특수부 검사'는 아니다. 며칠 전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승진한 한석리 검사장 역시 형사부 출신인 데다가 '친윤'으로 볼만한 이력은 없다.
그러나 비슷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검사들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과 인연이 깊은 검사들을 콕 찍어 요직 곳곳에 배치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보면, '비윤·비특수부 검사'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기에는 다소 궁색하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다만, 검찰 최대 위기인 '검수완박'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번 6, 7월 인사가 검찰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는 명제에는 내부에서도 이론이 없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성향이나 출신을 완전히 배제한 실력 중심의 균형감 있는 인사로 심란해진 검찰을 수습하고 결속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상황에서 검찰이 후유증을 최대한 없애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려면 검찰 내부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그 마중물이 6, 7월에 단행 될 인사"라고 했다.
'친윤'으로 알려진 한 특수부 출신 부장검사도 형사부에서 두각을 내는 검사들이 특수부 검사로 발탁되지만 우수한 실력자 중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형사부 검사로 남는 검사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형사부에 있는 검사들 중 우수한 사람들을 차장, 검사장으로 적극 승진시키는 것이 검찰이 가야 할 이상적 인사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특수부 출신 검사는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 모두 검찰에서 20년 넘게 근무했고, 부당한 인사로 상처가 있는 분들이니 만큼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실력만 보는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했다.
지방의 모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지난 4월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퇴한 김수현 통영지청장의 사직인사가 6, 7월 인사를 앞둔 현재 검찰 내부의 바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김 지청장은 검찰 내부 인트라넷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윤핵관' 검사로 불릴 수 있는 특정 세력에 편중된 인사를 해 검수완박이라는 외부 족쇄에 더해 격렬한 내부분열이라는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형평 인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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