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의원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리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내각 구성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 여성 장관을 발탁했지만 '여성'에 치우친 탓에 이전 낙마 후보자들에게서 제기된 '막말'과 '능력부족'이 또 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번 추가 인선에 모두 여성을 지명한 것은 윤 대통령 내각 인사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국내외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현 정부 내각 구성이 남성에 편중돼 있다는 외신기자 질문을 받아 "(여성들에게)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은 앞서 낙마한 후보자들에게서 제기됐던 '막말 논란', '능력 부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두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 출신이거나 서울대 재직인 점도 윤석열정부 내각 공통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2020년 1월30일 김승희 자유한국당 간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안보고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6일 윤 대통령의 인선 발표 직후 민주당 측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김 후보자를 두고 '막말 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날선 공세를 폈다. 김 후보자는 제 20대 국회의원이던 2019년 10월4일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기억력을 지적하며 “건망증은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뿐만 아니라 복지부 장관께서도 대통령 기억력을 잘 챙기셔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중 '혐오 조장과 막말'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으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때는 독성이 확인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에 대해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식약처장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2015년 9월14일에는 한방 항암제 넥시아 품목허가에 대해 "의약품으로 허가를 내준 적은 없지만 2상과 3상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한 사실은 없다"며 "무허가 제품이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넥시아는 의약품 명칭이 아니라 한의학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애초에 식약처에서 의약품으로 허가할 수 없는데 김 후보자는 잘못된 사실로 대답한 것이다.
27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순애 후보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교육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후보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 등 공공행정 분야에서 주로 활동한 인물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 위원, 2007년 서울시교육청 정책품질관리 자문위원 활동으로 했지만 '교육' 전반이라기보다는 이마저도 '정책'과 '행정'에 가까운 행보였다. 특히 앞서 임명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국무조정실 관료 출신으로 윤석열정부의 교육부 인선은 교육 문외한으로 채워졌다. 이에 교육 백년지대계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박 후보자 지명 직후 전교조는 "입시제도 개편,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 산적한 교육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교육을 모르는 교육수장 인선은 무엇을 위함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비하적인 사고가 담긴 칼럼으로 논란이 일었고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재임시절 등록금 인상과 사립대 비리를 옹호하는 발언 등이 논란이 됐다. 또 대통령실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동성해 혐오 발언 등으로 물러났다. 한 차례 낙마를 겪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리에 다시 '막말'논란이 일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검증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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