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보다 약 6개월가량 빠른 시점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은 '반도체 초격차' 통해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에 착수했다.
나노는 10억 분의 1을 뜻한다. 3나노미터는 대략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에 해당한다. 현재 최첨단 공정은 4나노 수준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3나노 진입은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을 통해 해당 시장 선두주자인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3.6%, 삼성전자가 16.3%다. 양사의 격차가 전분기(33.8%) 대비 3.5%p포인트 늘어난 37.3%로 확대된 셈이다.
지난달에는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웨이퍼에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을 공식 발표한다는 것을 두고 저조한 수율 문제를 해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기술'을 세 차례나 언급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현재 10나노 미만 초미세 공정을 도입한 회사는 현재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단둘뿐이다. 다른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기술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노리는 중국업체들은 대면적을 바탕으로 미세 공정에 유리한 12인치 팹을 구현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미세 공정기술은 7나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세대 3나노 양산을 거쳐 2023년부터 2세대 3나노 공정에 진입할 예정이다. 수율을 예정대로 끌어올린다면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TSMC는 빨라야 올 연말 3나노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TSMC GAA를 2나노 공정부터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은 내년 하반기 GAA가 아닌 기존 핀펫기술을 접목한 3나노 공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한발 빠른 GAA 도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텔도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에 들어가면서 이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이하 파운드리에 필수로 꼽히는 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매듭지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최고경영자), 마틴 반 덴 브링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만나 이같은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장비는 내년 이후 출시 예정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를 포함해 올해 생산되는 EUV 노광장비에 해당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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