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하락장에 CB 최저가 리픽싱 ‘속출’…투자자 ‘주의보’
6월 한달 간 리핑싱된 CB 100건…25건은 최저 조정한도 터치
리픽싱으로 잠재 매물 확대…CB 발행 기업 오버행 '주의'
한도까지 리픽싱된 CB선 풋옵션…중소기업 유동성 위기
2022-07-01 06:00:00 2022-07-01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상장사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리픽싱이 늘어나면서 향후 CB의 주식전환 수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 CB발행 기업들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이미 리픽싱이 최저한도까지 진행되면서 조기매도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되고 있어 유동성 위기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71개 코스닥 기업이 총 100개의 CB를 리픽싱했다. 일평균(주말, 공휴일 제외) 5.26개의 CB가 리픽싱 된 꼴로, 이는 전년 동기(2.19개) 대비 140.1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달 리픽싱이 진행된 CB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25개 CB는 리픽싱이 최저 전환가 한도까지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환사채는 보유자의 선택에 따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리픽싱은 주가가 낮아질 때마다 채권의 전환가격(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 기준가격)을 낮추는 조항이다. 향후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량을 늘리는 것으로, 주가가 낮아질수록 시장에 출회되는 신주 물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결국 채권 금액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향후 주식전환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게 되며, 이는 기존주주의 주식 가치 희석과 오버행 이슈로 이어진다.
 
리픽싱은 주가 하락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투자자들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 CB 규정상 리픽싱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할 경우 리픽싱 약정에 따라 1~3개월 단위로 리픽싱 최저한도까지 여러 차례 진행될 수 있어서다. 결국 향후 주가 상승 시 메자닌 투자자들의 저가 물량이 대거 풀릴 우려가 커진다.
 
이미 리픽싱 한도까지 전환가액을 낮춘 기업들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CB 발행 기업의 주가가 리픽싱 한도 밑으로 내려가면서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을 포기한 CB 투자자들의 풋옵션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이달에만 비보존 헬스케어(082800), 엠에스오토텍(123040), 대화제약(067080), 이즈미디어(181340), 에이치앤비디자인(227100) 등 22개 기업이 발행한 CB의 풋옵션을 행사했으며, 이중 WI(073570), 디딤(217620), 카이노스메드(284620), 코아스템(166480)이 발행한 CB의 경우 이미 전환가액이 최저 조정한도까지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환사채의 경우 대체로 표면·만기 이자율이 낮고,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업의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나 담보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풋옵션 행사가 CB 발행 기업들의 유동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이즈미디어와 대화제약 등 일부 기업들은 CB 상환을 위해 차입금까지 빌려야 할 처지다.
 
코스닥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하락장으로 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청구가 늘고 있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일부 기업들은 원리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차입에 나서는 등 추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한 CB들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기업에 따라선 원리금 상환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이는 CB의 전환가액을 추가로 낮추기 때문에 향후 오버행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풋옵션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리픽싱에 따른 잠재 발행주식수의 증가는 회사의 수급 물량 부담 및 주식가치 희석 차원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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