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은 혁명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에 규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금은 건전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로, 자칫하다가는 관련 기업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15일 서울 상암동 한국가상증강현실콤플렉스(KOVAC)에서 열린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TF 1차 회의' 참석자들은 "규제에 앞서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가상증강현실콤플렉스에서 열린 '제4차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메타버스 관련 법안은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주체가 돼서 나온 것만도 수 건에 이른다. 대표적인 것만 추려봐도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조승래 의원)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김영식 의원) △메타버스콘텐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김승우 의원) △메타버스 기본법안(산업자원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현영 의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강선우 의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민형배 의원) 등에 이른다.
해당 법안들은 기술 진흥에 방점을 두거나 서비스·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등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하는 메타버스 산업에 울타리를 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자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해 본 결과, 선두 기업도 산업 활성화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입법적 측면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생태계가 형성된 후에야 규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지식재산권, 개인정보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슈는 기존의 법을 개정해서 보완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에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자율규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애초부터 규제가 필요 없는 영역에는 자율규제 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규제가 어디까지의 역할을 분담할 것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글로벌 범위에서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이슈도 살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민간 기업 참석자들도 이 같은 시각에 공감했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현재 메타버스는 태동기에 있다"며 "옥석을 가려 잘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생태계를 잘 만들어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은 MZ세대보다 훨씬 더 어린 아이들"이라며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향유하는지는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진 부문장은 주장했다.
이장혁 고려대 교수 역시 "산업이 성숙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규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진흥을 하면서 구체적인 행동을 관찰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특히 그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자들의 행태 데이터를 1~3년간 관찰하면서 행동 양상과 빈도 등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회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일을 침소봉대해 산업 성장의 걸림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학계와 민간의 요청에 정부도 화답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움직임을 수용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며 "문제가 있다면 관찰을 하며 핀포인트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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