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성·유아 만져서도 안되는 탈모약…문앞에 택배로
전화로 처방받아 본인 확인 없이 당일 배송
임신부 체내 흡수되면 기형아 출산 우려도
업체 "가이드라인 나오면 약국에 알리겠다"
2022-08-23 08:00:00 2022-08-23 08:00:00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처방받는 탈모약이 일반 택배처럼 배송돼 방치될 수 있어 보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신 여성이나 어린이가 만지기만 해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의약품 성분 특성 때문이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비대면 탈모약 처방·배송 전문 A플랫폼은 원격으로 탈모치료 상담과 처방을 중개하고 파트너 약국을 통해 약을 배송하고 있다.
 
이 업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상담과 처방은 전화와 화상으로 나뉜다. 모바일 앱에선 두 가지 형태의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원, 예상 대기 시간부터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화나 화상 상담을 거쳐 의약품을 처방받으면 이 업체의 파트너 약국에서 약을 배송한다. 기본 배송에서 1000원의 여윳돈을 추가하면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앱을 설치하고 상담과 처방을 거쳐 의약품을 배송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반나절이다. 이 업체의 파트너 약국이 보낸 의약품은 일반 택배처럼 박스 포장지에 담겨 배송된다.
 
일선 약사들은 이 과정에서의 개선·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는다. 탈모약 성분 때문이다.
 
탈모약 처방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송받은 피나스테리드 성분 복제약. (사진=동지훈 기자)
통상 남성 탈모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은 파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등 두 종류다. 이 중 병의원을 찾는 남성들이 먼저 복용하는 성분은 파나스테리드다. 이 성분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탈모 유발 물질인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다. DHT는 모낭을 위축하고 모발을 가늘게 해 탈모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성분의 약을 처방받은 남성은 3~6개월 복용하면서 대체로 큰 문제를 겪지 않지만, 여성이나 유아는 만지기만 해도 체내로 성분이 흡수돼 부작용을 앓을 수 있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이 이 성분을 접촉·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분 특성 때문에 약국에선 여성 약사에게 탈모약 조제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탈모약은 성분 자체가 임신을 앞둔 여성이나 임신 중인 여성, 어린이가 만지기만 해도 굉장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약국에서도 이 의약품은 매우 조심해서 보관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로 배송된 탈모약. 택배 상자 겉면에는 여성이나 유아의 접촉, 복용을 자제하고 본인만 개봉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지 않다. (사진=동지훈 기자)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는 성분 특성과 달리 의약품이 담긴 택배 상자에는 개봉 또는 복용 시 주의사항 안내 없이 수취인과 내용물에 대한 정보만 기재됐다. 복용·접촉 기피 대상이 적힌 안내문은 택배 상자 안에만 있었다.
 
제약업계 종사자는 파나스테리드 성분의 부작용이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추가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식품이나 화장품과 달리 성분에 따라 부작용을 보일 수 있는 대상이 특정되기도 한다"며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하면) 약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가족 중에 여성이나 어린이가 만지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본인 확인 필요성은 높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관련 지침이 없는 현 상황을 언급하면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파트너 약국에 알려 반영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택배는 본인 이외 다른 사람이 개봉하면 비밀침해죄에 해당돼 위법"이라며 "파트너 약국에서 배송하는 약의 경우 택배 상자 안에 약의 자체 포장이 따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택배 상자에 관련 문구를 넣는 것에 대한 정부 지침 또는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추가로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약국들에게 알려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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