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강남 등 상습침수 지역의 반복적인 피해가 멈추질 않자, 서울시는 10년 전 세웠던 '대심도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저수 대책이 적합한 방안이라 동의하면서도, 주민들의 빠른 사회적 합의를 위해 평상시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터널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5년 내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에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의 치수관리 목표치를 대폭 올려 상습 침수 지역의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우선 이번 침수피해가 컸던 강남역은 시간당 110㎜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3500억원, 도림천은 100㎜ 폭우에 대비하도록 3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서울시가 당초 2011년 계획한 대심도 터널 건설 7개소 (신월·도림천·강남역·사당역·삼각지역·길동·광화문) 중 단 한 군데 완료된 신월 지역이 시간당 95~100㎜ 저류가 가능한 터널로 이번 침수 피해를 막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보통 도시를 계획할 때 하수관과 우수관 등을 30년을 최대 빈도로 설계한다. 신도시 같은 경우 도시계획 과정에서 40년, 50년 빈도로 잡고 상대적으로 쉽게 파이프 지름을 넓히면 되지만, 서울의 경우 이렇게 하기 쉽지 않아 결국 대심도 터널을 통해 저류를 시키고 적당한 시간에 한강으로 배수를 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심도 터널을 폭우를 대비하는 저류 시설로만 사용하지 말고 평상시에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심도 터널이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기반이다. 침수 직후에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치수 능력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대책이 수립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기 때만 사용될 방재 시설이 투입비 대비 비효율적이란 분위기가 생겨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5년 안에 끝날 수 있는 계획이 10년 이상 지연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그사이 예상치 못한 폭우로 피해를 막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소리다.
정 원장은 대심도 터널을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현대화해 빠른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일본 도쿄처럼 단순 저류 시설이 아닌 평상시에 활용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에도 있는 대심도 터널은 폭우 때엔 저류시설로 활용되고 평상시는 교통도로로 활용된다. 일본은 유사시 시민 대피를 위한 반공호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수용량을 확대하는 주요 사업 이외 적시 적소에 폭우 정보를 전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지성 호우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 나타난다"며 "침수 피해가 심한 취약지역에 침수 정보와 강우 정보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과 필요한 시기, 지역에 제공해줄 수 있는 재난예경보시스템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습 침수 지역이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침수에 대비하는 요령 등 안전에 관련된 교육을 평상시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방문해 침수 피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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