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총장 최종 4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후곤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5기)이 검찰을 떠난다.
김 고검장은 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우리 검찰은 늘 외풍을 막는 일에 지쳐 있다. 그럴수록 행복하고 즐거운 미래검찰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길 바란다”며 사직 의사를 남겼다.
그는 “96년 봄 검사생활을 시작할 때 월말까지 사건처리를 못해 캐비닛에 쌓여있는 수백 건의 기록들을 본 선배들이 십시일반 나눠서 사건처리를 대신해 주면서 ‘이렇게 어리바리한 놈이 어떻게 검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어리숙한 검사의 사건처리에 인해 상처를 입었을 수많은 사건관계인들의 모습도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기소한 그분이 ‘과연 진범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사건이 한 두건이 아니었다”며 “유무죄의 결과를 떠나 정성들여 사건을 처리하지 못한 책임은 제 가슴에 무겁게 남아 있다. 저의 잘못된 사건처리로 상처받은 분들의 가슴에도 평생 원한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27기) 대검 차장검사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며 “그는 어려움을 타개할 무궁무진한 지혜를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총장이 되는 것은 우리 검찰을 위해서도 큰 다행”이라고 전했다.
김 고검장은 “그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킬 사람”이라며 “한쪽만 보지 않을 것이고, 형사, 공판, 집행 등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의 역할을 존중해 합당한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내부적 단결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또 “제가 아는 한 지난 4월에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추진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이 이원석 총장(후보자)”라면서 “검수완박이라는 국면에서 우리 검찰의 역량을 보았다. 정의로운 것은 정의롭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처럼 인생살이에서 우리는 외력으로부터 견디기 위해 내력을 쌓아야 한다”며 “우리 검찰이 강고한 내력을 갖추려면 창의적인 생각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경남 남해 출신 김 고검장은 경동고와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6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 정보통신과장과 수원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쳐 2018년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검사장 반열에 올랐다. 이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5월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윤석열 사단’이 아닌 이른바 ‘비윤’(非尹)’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후배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검사로 유명하다. 지난 4월에는 '검수완박' 입법 국면 속 전면에 나서 마지막까지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이 2016년 7월 29일 대검찰청 대변인 시절 대검 기자실에서 검찰 개혁을 위한 기구구성 및 개혁 작업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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