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 고소장 게시…법원 “명예훼손 아냐”
"공공이익 관련성 없지만 '피해 감정' 호소 의도"
"정보통신망법상 '비방할 목적'에 해당 안 돼"
2022-09-13 14:32:23 2022-09-13 14:36:27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자신에게 욕설한 사람의 사진을 올리고 고소장을 게시하는 등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6일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배달 기사로 일하는 A씨와 B씨가 지난해 4월17일 서로 시비가 붙으면서 시작됐다. B씨는 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A씨에게 “죽여버린다” 등의 욕설을 했다. 격분한 A씨는 같은 날 배달 기사 23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당시 B씨의 사진과 함께 ‘오늘 B씨가 저를 죽여버린다고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틀 후인 19일, A씨는 같은 단체 대화방에 B씨를 고소한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고소장에는 ‘B씨가 경찰분 계신 자리에서 욕설해 심한 모욕, 심신불안,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등 당시 사건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법률요건인 ‘비방할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때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이 아닐지라도 '비방할 목적'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도 “B씨가 A씨에게 욕설을 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고, A씨가 해당 글과 고소장을 게시한 주된 동기가 B씨의 욕설로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 감정을 주변 지인들에게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A씨가 B씨의 욕설 내용을 그대로 게시했을 뿐 B씨에게 욕설 등 인격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했을 때 A씨가 B씨에 대한 가해 의사와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자신에게 욕설한 사람의 사진을 올리고 고소장을 게시하는 등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9월6일 법원이 판단했다. (사진=조승진 기자)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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