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신당역 살인사건' 추모 나선 시민들…"정부는 뭐하고 있나"
애도문, '성폭력 없는 일터, 안전한 일터 원한다'
"나약한 시민이라 분노밖에…정부, 제도 보완해야"
김현숙 여가부 장관 "성폭행 피해자 지원 법률 상정"
2022-09-16 14:48:42 2022-09-16 21:41:01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해 역내 추모공간이 마련된 가운데, 방문한 시민들이 보복성 범죄를 미리 막을 수 없었던 정부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 화장실 앞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놓고간 조화가 쌓여있다. 애도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됐다. 피해자의 명복을 비는 애도문 말고도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성폭력없는 일터, 안전한 일터를 원합니다' 등의 시민들의 희망사항도 적혀있다.
 
화장실 앞과 별도로 신당역 6호선 10번 출구 근처에도 같은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 공간에도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 '고인을 추모하고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라는 애도문과 추모를 위한 조화가 놓여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근처에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이 살해당해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사진=이승재 기자)
 
추모현장을 찾은 서울 광진구 거주 30대 여성 김 모씨는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스토킹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좋겠다"며 "꼭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고 누군가 희생, 피해를 받아야지만 개선이 되곤 하니까 그게 답답한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추모발길을 이은 신당역을 찾은 김신식(40)씨도 "저 또한 나약한 시민이기 때문에 분노밖에 할 수 없지만 사법부가 법 제도를 보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이런 식의 범죄에 대해서 피해가 생기지 않는 시스템 자체를 완전한 재정비하기 위해 정치하시는 분들이 꼼꼼히 챙기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도 피해자의 명복을 비는 기도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가 평범한 여성의 삶을 망가트리고 일상을 뒤흔들어 두려움 속에 생활하게 만드는 스토킹 범죄를 막을 근본적인 방지책을 조속히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추모공간에 애도글을 작성한 한국여성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보복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두려움을 더 느끼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 불법 촬영 등의 범죄들에 대해서 지금의 사법부가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노동·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잇따른 성명을 내는 등 정부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마련을 촉구했다. 
 
진보당은 이날 신당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토킹 범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고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며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할 시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는 본 사건이 일과정 중에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지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며 "경찰과 사법부도 더 이상 스토킹 범죄를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선전포고임을 인지하고 이제라도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방문한 것에 이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추모공간을 찾았다. 김 장관은 "두 건의 고소가 송치되는 등 저희가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이 안타깝다"며 "오늘 여가부가 성폭행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상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첫 번째 불법 촬영을 했을 때 여가부의 피해자 지원을 활용하셨으면 훨씬 더 보호에 만전을 기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된다"며 "상정한 법안은 법무부나 경찰청과 협력해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한 화장실 앞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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