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김주헌은 ‘남자친구’, ‘낭만닥터 김사부2’, ‘사이코지만 괜찮아’, ‘도도솔솔라라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매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빅마우스’에서는 또 다른 얼굴로 대중을 만났다. 매번 자유롭게 변신을 할 수 있는 비결로 김주헌은 자연물의 이미지라고 했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주헌은 극 중 스타 검사 출신 현 구천 시장이자 NR 포럼의 실질적 리더 격인 현주희를 아내로 둔 최도하 역할을 맡았다.
김주헌은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대본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다. 이야기 초반 빅마우스가 누군지에 대한 호기심이 끌고 갔다. 인물간의 설정이 복잡함에도 감독님이 잘 정리해 주셨다. 그리고 대본이 시청자들을 잘 낚는 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좋은 시너지를 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이 재미있는 대본을 써주시고 작품 속 최고 빌런인 최도하를 나에게 맡겨준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함께 한 배우들이 각자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준 것 같다.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우리 드라마가 더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최도하는 이야기 초반 박창호(이종석 분)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존재로 비춰진다. 이는 철저히 김주헌의 의도였다. 그는 “초반에 도하라는 인물을 숨기려 했다. 작가님에게 최도하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모든 대본을 받고 분석을 한 게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회차가 거듭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에 맞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자연물의 이미지에서 캐릭터를 형상화한다는 김주헌은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으면 벌새가 꿀을 따기 전의 모습, 혹은 귀여운 동물을 생각한다. 그 모습을 따라하기 보다 이미지를 활용한다. 대사를 할 때도 누군가에게 강하게 들어가야 한다면 ‘송곳을 들고 급소를 찌르는 느낌’으로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주헌은 이번 최도하를 연기하면서 고요한 호수의 깔려 있는 안개를 떠올렸다.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의 늪이나 안개처럼 음습함이 주는 불쾌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초반에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참아왔다.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 것이 후반부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김주헌은 “초반에 대중에게 최도하가 그리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랐다”고 전했다.
최도하가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면서 무표정했던 얼굴에도 변화가 생긴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최도하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김주헌은 “감독님이 많이 열어주셨다. 참았으니까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하셨다. 최도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때는 남은 회차가 거의 없어서 어떻게 폭발을 시켜야 효과적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습함에 대한 결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침묵, 무표정이라는 규칙성이 웃음이라는 불규칙성으로 바뀔 때 주는 불쾌함이 있다. 이러한 불규칙성이 주는 공포감, 불쾌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김주헌은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해 한 명씩 언급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칭찬했다. 그는 “양경원 배우는 연기할 때 자유롭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공지훈과 대비가 되면서 최도하가 보일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자극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옥자연은 보통 배우들이 자신에게 편안한 길로 가곤 하는데 대본에 써져 있는 이유가 있다고 믿고 직접 부딪혀 풀어내려고 한다. 차분함에서 오는 안정감도 좋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또한 “윤아는 간호사가 잘 어울렸다. 어떤 상황에도 집중하는 집중력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촬영할 때 감독님이 가끔 교도소 촬영 편집본을 보여줬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걸 보면서 양경원과 함께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세심하게 한 명 한 명의 칭찬을 이어간 김주헌은 “같이 일을 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배우가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인데 칭찬이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 보다 좋은 모습이 있으니까 칭찬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해 중요시하는 김주헌이다. 그는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향수를 통해서 은연중에 내 향기를 상대방에게 각인시킨다. 성별을 떠나서 특정 향기를 맡으면 김주헌이라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편안하게 느껴지게 만들어 관계를 형성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생각해 보면 향에 대한 기억이 많다. 성인이 되도 그 시절의 맡았던 향을 맡으면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인위적으로 친해지라고 하면 오히려 친해지기 어렵다. 그래서 나름 방법을 써보는 거다. 향기를 촉매로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향기, 그리고 칭찬이 소통을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인 셈이다”고 밝혔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내성적인 막내 아들이었다는 김주헌은 “내성적인 사람들은 꼭 인기 많은 친구를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너무 멋있어서 따라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따라하면 잘 안 된다. 연기도 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 개념, 학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에 들어가 선배들과 이야기 보니 해박한 지식이 많았다. 철학, 미학 등 똑똑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머리로만 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 공연을 할 때는 말도 못하고 온 몸에 힘만 들어가서 표현 방법이 단순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치 아이가 성장하듯 무대에 서면서 점점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김주헌도 잠시 쉼이 필요해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복귀 했을 땐 하지 못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폭발 시켰다. 그는 “힘들어서 죽겠다 싶어도 죽지 않더라.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바쁜 와중에도 연극 대본이 오면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맞아 떨어진다. 힘들다고 하는 게 사치다”고 고백했다.
김주헌은 “수없이 연기하고 싶었고 그 욕망을 채우는 거다. 그러니 힘들다고 하는 건 배부른 소리다. 행복하다”고 했다. 허나, 몸에 적신호가 오기도 했단다. 위궤양으로 고생을 한 그는 치약을 삼켜가면서 연극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단다. 그럼에도 김주헌이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수없이 연기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일 것이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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