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시작부터 여러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위원회를 구성한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꽤 뚜렷하다는 점이다. 특히 21명 중 5명 지명권 카드를 가진 대통령이 모두 우파 인물을 고르면서 국교위는 출범부터 한쪽으로 기울게 됐다.
대통령 지명인 이배용 위원장부터 이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MB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정권과의 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취임사 집필에 참여하고, 2013년 '역사 3대 기관' 중 한 곳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한국사 학계에서도 그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MB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심의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이때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고 '이승만 독재'를 지워 논란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도 주도했다.
이 위원장 외에도 대통령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천세영 명예교수를 국교위 위원으로 추천했다. 천 교수는 뉴라이트 학자로 알려져 있다. 강 교육감과 강 명예교수 또한 보수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국교위의 설립 목적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이런 선택은 아쉬움이 남는다. 국교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 정책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10년 이상 중장기 정책을 설계하자고 만든 조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히듯 달라지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문재인 정권 때 외고와 자사고를 없애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다시 존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게 대표적인 예다. 이것 말고도 교육 정책을 정치적 도구 삼는 사례는 흔하다. 그리고 국교위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교위가 당장 다뤄야 할 현안은 2022 개정 교육과정, 2028년 대입 개편 등이다. 모두 국가 교육의 근간이 되는 정책들이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어떻게 가르치는 게 아이들에게 더욱 좋을지를 염두에 두고 다뤄야 할 작업이다.
아쉽다고 해도 대통령의 선택은 이미 끝났고 이제는 각 위원에게 기대를 걸어볼 차례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 덕에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국교위 위원이 됐다고 해도, 활동하는 동안에는 잠시 편향성을 내려놓아 주길 바란다. 위원 한명 한명은 10년 이상의 국가 교육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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