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친일' 논란에 김무성·하태경·나경원·김문수 줄소환
역대 국회의원 '친일' 발언 모아보니…친일 역사관으로 헌법정신 부정
2022-10-16 06:00:00 2022-10-16 06:00:00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상가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국회가 '친일' 논란으로 뜨겁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려져 망한 것이지,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발언,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국회에서 친일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잊을 만하면 친일 발언으로 헌법과 국기를 문란케 했다. 이번 정 위원장 발언에 각계 비판이 쏟아진 건 이런 맥락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1948년 국회 개회 이래 국회의원 신분으로 친일 발언을 한 사례들을 모아봤다. 
 
김무성 부친 김용주 "일본, 한국 학생들을 관대히 우대했다" 
 
1948년 이후 언론보도를 쭉 훑어보면,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고 최초로 친일발언을 한 사람은 김용주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기도 하다. 김용주 의원의 친일발언은 1961년 1월24일 벌어졌다. 당시는 일본 경제시찰단의 내한이 국내의 강력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취소된 때였다. 광복을 맞이한 지 채 20년이 되지 않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 등 대일감정이 좋지 않은 시기여서다. 일각에선 일본 경제시찰단의 방한엔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까지 불거졌다. 
 
김용주 의원은 당시 일본 경제시찰단 방한 환영위원장이었다. 그는 참의원 본회의에서 일본 경제시찰단의 방한을 해명하다가 "일본이 재일교포를 북송한 것은 교포들이 일본인의 감정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는 밀항을 간 한국인 학생들을 수용소에 집어놓지 않고 오히려 수업료를 체불해도 관대히 봐주어 우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미쓰이, 미쓰비시 등은 한국 수출품의 팔할을 사주는 회사"라며 "지난번 한국의 학생문화사절단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실업인들이 열성적으로 환영해줬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틀 뒤 칼럼에서 "이런 발언이 한일회담 같은 외교 석상에 있었다면 소름 끼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강우혁·박주천 "유명인의 친일행각,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
 
김용주 의원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현직 의원들의 친일발언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재개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경복궁 앞에 버틴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등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에 나섰다. 1993년 7월 국가보훈처가 김성수 선생 등 독립유공자 가운데 친일혐의자의 서훈 취소를 검토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자 민주자유당이 반발했다. 강우혁 의원은 국회 보건사회위원회에서 "조그마한 흠이 있다고 공적이 무시되면 곤란하다"며 "그분들의 친일행위는 당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았냐"라고 두둔했다. 같은 당 박주천 의원은 "이분들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로 배운 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일인사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 이에 한겨레는 같은 달 14일자 기사에서 "친일파로 지목된 인물들에게 다소 '공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이 있다 해도 그것으로 그들의 친일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전 의원이 지난해 3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 결렬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무성, '친일미화' 논란 교학사 교과서 두둔…백선엽도 예방
 
김무성 전 대표는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진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당시 친일 역사관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교학사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기존 교과서와 달리 근현대사 부분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적 시각을 견지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을 정도다. 교육부가 교학과 교과서에 대해 수정을 지시한 건 △강화도 조약을 '고종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고 표현 △일제 강점기 발전을 찬양한 부분 △색인 항목에 이토 히로부미는 포함하고 안중근 의사는 제외한 점 등이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그해 9월25일 '새누리당 주최 근현대 역사교실' 강연에서 교학과 교과서를 두둔하며 "학생들은 현대사 부분이 부정적 사관으로 된 7종의 역사 교과서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교학사에서 긍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를 발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발언 자체엔 친일에 대한 내용이 없으나 발언의 맥락에선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됐고, 일본의 식민사관을 긍정적으로 본 인식이 깔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물론 김 전 대표는 해당 강연에서 "(교학사 교과서는)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라며 "(교육부 지시로)고칠 의사를 갖고 다시 책을 만들고 있다"고 했지만, 친일 역사관 논란은 식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아울러 2015년 3월6일에는 집권여당 대표로 처음으로 백선엽 장군(육군 예비역 대장)을 예방하기도 했다. 백선엽 장군은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군 원로로 대접받고 있으나 젊은 시절엔 일본의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한 바 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태경·나경원 "일제로 인해 발전했다"…친일 역사관 드러내
 
극우 인사를 옹호하다가 역풍을 맞은 의원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14년 6월12일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옹호하며 "역사관이 건강하다"고 말해 논란을 만들었다. 하 의원은 또 문 후보자의 발언에 관해 "식민지배, 남북 분단 이런 시련을 패배주의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우리나라가 더 잘되고 강하게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시련이었다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필요 없다'는 문 후보 발언에 대해선 "저널리스트의 파격"이라고까지 옹호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결국 친일발언과 역사관 등이 문제가 되면서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하 의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는 2004년 8월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내가 볼 때 살아 있는 노인들 99% 이상이 친일한 사람들"이라며 "을사조약 이후 일제가 거의 50년간 지속되었는데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친일 안 하고 배겼겠는가"고 주장했다. 2008년 5월엔 한 칼럼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비판, "일제 치하의 조선은 그 이전 이씨왕조의 조선에 비해서 경제 성장, 치안, 교육 등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고도 썼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며 폭우 피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19년 3월14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서 최고위원회에 참석, "해방 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고 주장했다. 반민특위는 친일청산 활동을 위해 제헌국회에서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친일인사를 처단하는 일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주장으로, 친일인사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그러자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나 의원을 겨냥해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고 질타했다. 이후 '토착왜구' 평가를 시작으로 나 전 의원은 현재까지도 친일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초선 의원일 때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참석,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때 "일제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 없었다"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평가해 논란을 촉발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과거 친일 발언을 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09년 1월 당시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부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인사회에 참석,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가 안 됐다면 그리고 분단이 안 되고 통일이 됐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라며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민지가 근대화의 발판이 됐다는 일본의 식민사관과 맞닿는 역사관이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9년 7월22일에도 페이스북으로 "지금은 우리나라가 마땅히 친미·친일을 해야지, 친북·친공을 해서 되겠냐"며 "한강의 기적은 우리가 친미·친일·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예방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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