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는 26일 선고 내내 검찰의 공소사실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내심’을 추정해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정적 죽이기가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검찰의 공소사실과 이 대표의 실제 발언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김문기 골프’ 발언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이 있음에도 2021년 12월 한 방송에서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 전문을 보면 그가 부인하는 게 △김 전 처장과 골프치지 않았단 사실인지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사진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 기준’으로 볼 때 검찰 해석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원심과 달리 검찰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합리적 해석 없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해석만 하면 선거운동의 자유의 중요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가 된다”며 “'의심될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또 이 대표의 '내심'을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비위 의혹의 연관성을 끊으려고 김 전 처장을 모른 척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습니다. ‘김문기를 모른다’가 핵심 혐의가 된 이유입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설령 공소사실대로 이 대표가 대장동 비리 의혹이 번져오는 것을 막기로 마음먹었어도 내심의 의도 등 주관적 사실에 따라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 할 수 없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표현의 해석을 고려할게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4명이 사진 찍을 사이는 아니라고 얘기한 것을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라고 유추·확대 해석해 왜곡해서 기소한 것은 검찰이 진짜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심에선 검찰이 이 대표 발언을 짜깁기한 사실도 인정됐습니다. 검찰은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 공소장에 이 대표 발언 사이사이에 말 줄임표를 사용해 발언을 '중략'했습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가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이 대표 발언을 중략했습니다. 결국 재판부가 피고인신문에서 직접 이 대표에게 전체 발언 맥락을 묻자 판단은 달라졌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 협박을 받아 불가피하게 용도변경했다’고 거짓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 원문을 봐도 용도변경 관련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 협박을 받았다고 직접 언급한 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5개 공공기관 종전부지에 대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 등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백현동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종전부지에 대해 조금씩 용도 변경해줬다는 의미지, 공소사실처럼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뭉뚱그렸던 발언을 특정하니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백현동 주요 발언인 ‘국토부 협박’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국토부가 법률에 따라 요청해서 어쩔수 없이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을 뒷받침하는 보조 논거에 불과하다”며 “독자적 별개의 의미 가져 선거인 판단을 그르칠 중요 부분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발언 중략 부분에 어떻게 압박을 느꼈는지 설명하며 주관적 표현으로 협박받았다고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 저 발언을 떼서 짜깁기 기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와 법정에서 쓰는 형법상 협박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허위라며 기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번 사건은 ‘검찰의 증거 조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또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우리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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