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주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금리결정에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 압력에 주목해 금리인상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미·중·일의 '환율전쟁'속에 달러 약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하하면서 각국의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리차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로의 달러 유입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려 자칫 국내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원·달러 환율 1100원대로 치달아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하락한 1114.5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30일 1108.4원 이후 5개월 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하락속도에 있다.
지난 5일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특별 외환공동검사 소식에 환율이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10일중 9일은 하락했다. 지난 8월31일 1198.10원에서 한 달 여만에 83.6원이 하락한 것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하락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에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가치 급등 방어에 나서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국가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글로벌 주요국 앞다퉈 '금리동결'
최근 글로벌 주요국가들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심지어 인하까지 하는 상황이다.
현지시각 7일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재 1%로 동결했고, 영란은행(BOE)도 0.5%로 기준금리를 20개월째 동결했다.
또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5일 예상밖에 기준금리를 연 4.5%로 유지키로 결정해 지난 6월이후 5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심지어 일본은행(BOJ)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종전 0.25%에서 0~0.25%로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 한은 "인플레 압박 커지는데 고심되네"
한은은 아직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리인상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7일 한은 연수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우측 깜빡이 켜면 우회전 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이번에 할 것이냐, 다음에 하느냐 하는 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인상시기가 문제인데, 환율 급등이 '발등에 불'인데다 다음달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장국으로서 나홀로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것은 국제공조 차원에서도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채권전문가들은 60% 이상이 이번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1%가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전달 52%보다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채권전문가들은 "해외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잠재돼 있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발언과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금리인상 기대가 컸던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해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금통위가 최근 환율전쟁과 인플레이션 압박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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