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원인으로 행정당국의 미흡한 안전대책이 지목되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태원에 수백명의 경찰·소방 인력들을 배치했지만 불법촬영·강제추행·마약·절도 범죄 등 단속에 집중하다가 현장 안전사고 부분에는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평시 수준으로 투입했다”며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정당국이 치안·방역뿐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도 제대로 갖췄다면 이번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행사의 경우 주관자가 있어 안전조치가 가능하지만 각종 기념일에 진행되는 모임의 경우 이러한 조치가 전무하다”며 “이런 경우 1차적 질서 유지는 경찰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모임을 통제 할 수는 없으나 진출입 유도로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가 향후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지자체·수사기관은 이번 참사 사고원인을 사실에 근거해 신속·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은 KBS 뉴스특보에 출연해 “이번 참사는 후진국형 사고”라며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이미 인지되는 상황이었는데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둔감했다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정당국은 보수나 진보 집회에 굉장히 민감하게 준비한다”면서도 “(반면 이태원 핼러윈 축제) 예방대비에 대해서는 굉장히 인색했다”고 꼬집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심정지가 5분 이상 이어지면 조직 속 산소가 급격히 떨어져 뇌와 장기에 손상이 발생한다.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 숨지거나 살아남아도 심한 뇌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심정지 환자가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는 치료 골든타임은 발생 후 4분에 불과한 셈이다.
심정지가 10분 이상 지나면 심각한 조직 손상으로 인해 현재 의술로는 효과적인 소생법이 없다. 결국 이 상태에서 심한 뇌 손상 또는 뇌사상태에 빠져 숨지게 된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사망자는 오후 4시30분 기준, 153명으로 집계됐다.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중상자가 숨지면서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는 중상자 24명, 경상자 79명 등 총 103명이다.
전날(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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