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95조 시장 공급…건전성 부담 가중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우려로 정부에 등떠밀려
BIS 등 건전성지표 일제히 하락세
2022-11-02 06:00:00 2022-11-02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5대 금융지주가 불안해진 채권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정부 요청에 따라 유동성 공급 등 연말까지 95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한편에선 금융사의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을 비롯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가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이 10조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부문 자금공급,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금융지주사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전세계적 긴축과정에서 최근 우리시장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 대책 등을 통해 시장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금융지주도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자본건전성 바로미터로 불리는 금융지주 BIS비율이 하락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공급 대상에 부실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4분기에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선제적으로 자본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 BIS비율은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를 제외하고 일제히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 BIS비율은 15.22%로 전 분기보다 0.64%p 줄었다. 4대 금융지주 중 전 분기 대비 BIS비율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KB금융 BIS비율은 15.42%로 전 분기보다 0.21%p, 우리금융지주(316140)는 14.30%로 전 분기보다 0.1%p 하락했다.
 
신한금융 BIS비율은 전 분기와 동일한 15.9%를 유지했다. 현재 금융지주 BIS비율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인 11.5%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금융지주사 건전성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의미하는 보통주자본비율도 떨어졌다. 하나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12.73%로 전 분기보다 0.45%p 하락해 4대 금융지주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KB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전 분기보다 0.33%p 하락한 12.60%, 우리금융은 전 분기보다 0.2%p 떨어진 10.9%였다. 신한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12.7%로 관리됐다.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BIS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이 최근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에 의한 것으로, 금융권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들이 오히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면 조달 등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장 대응하면서 여신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사들은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원화와 외환 시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등 복합 위기 국면에서 세계 경제에 앞서 우리시장의 경우 좀 과잉 반응한데다 레고랜드 사태에 공기업 채권발행까지 겹쳤다"며 "인플레와 경기 둔화가 아직 초입 단계에 있는 만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 시장 안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시장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금융 일원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 잘 알고 있고, 타개하기 위해 금융 지주 책임도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국내외 일부 단기 유동성 문제까지 겹쳐 금융당국과 금융사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단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당분간 시장 불안 이어지면 조그만 외부 변수에도 시장 변화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런 때일수록 당국과 금융사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당국과 보조를 맞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고금리 상황과 위험회피성향에 따라 은행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자금이 대출과 자금공급 등을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시 순환되도록 하는 은행 본연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 시장상황으로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으로 은행권에 기대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지주회사의 역할을 당부했다.(사진=금융위원회)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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