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한국조선해양, 정기선 사장 '미래 동력 확보' 사활
그룹 내 조선 분야 디지털 전환 ‘속도’
한국조선해양 1년만에 적자 늪 벗어나
파업·인력다툼·시장지위 지키기 등 과제 산적
2022-11-03 06:00:00 2022-11-03 09:06:1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장 승진 2년차인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최근 서울에서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피터 틸 회장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에너지·건설기계 사업 분야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DX) 진행 사항을 점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팔란티어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를 조선해양 부문 전 계열사에 도입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자율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팔란티어와 함께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현대중공업지주 정기선 대표가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산업은 최근 적자 터널을 빠져나와 순항중이다.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이익 1888억원으로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적자 터널을 빠져나왔다. 선박 수주도 올해 목표의 126.5%를 달성해 3사 중 가장 높다.
 
자율운항 선박 산업도 주도권 확보에 한창이다. 그룹 내 자율운항선박 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미국 보트쇼에서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발표했다. 신경세포 ‘뉴런’과 보트의 합성어로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스스로 인지·판단·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비커스는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레저보트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에 나서, 2026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내년 정 대표가 내놓을 조선산업 전망과 계획도 관심을 모은다. 앞서 정 대표는 올해 1월 미국 CES에서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로 새로운 성장을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 사업을 이끌 혁신 기술로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솔루션 기술 등을 꼽았다. 내년 초 열릴 CES에서는 친환경 핵심 전략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난관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6일 조합원 투표로 공동파업안이 가결돼 대규모 파업 동력을 확보했다.
 
노조는 정 대표가 나서 교섭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측이 빠른 교섭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서울 상경 투쟁을 포함해 3단계로 대응할 예정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임단협 교섭의 당사자는 지주사 대표가 아닌 각 노사이기 때문에 한국조선해양이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첨단 기술과 노동집약 성격을 두루 가진 조선업 전반에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된 점도 문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수는 2014년 20만3441명이었지만 올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반토막 났다. 생산 인력은 9만8003명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사 인력난에 따른 분쟁 한복판에 서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4사는 지난 8월 현중그룹 조선3사가 기술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중대재해법 영향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가스 폭발로 50대 노동자가 숨져 고용노동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는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부산청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을 거의 마쳤다”며 “수사 마무리 단계로 볼 수도 있지만 검찰의 지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부가 LNG선을 이을 차세대 선박시장에서도 지금처럼 독보적인 지위를 누릴지도 알 수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시장이 커지는만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의 기술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지마린서비스와 공동개발한 세계 최대 7만4000입방미터급(㎥) 초대형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에 대해 미국선급협회와 마샬아일랜드기국으로부터 기본인증(AIP)을 받아놨다.
 
암모니아 관련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국선급협회로부터 6만·4만㎥급 암모니아추진·운반선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9만1000㎥급을 인증 받았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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