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용윤신·김현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놓고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 표현을 시사하면서 한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겠다’는 의미의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든 발언이 IRA의 전면 개정이나 법안 자체 개정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보조금 차별 유예 등 돌파구가 가시화될 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조언에서다.
14일 관계기관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 이행 방안 과정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긍정적 시그널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 의사가 잘 반영됐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연원호 대외경제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미국상공회의소 공동으로 양국 경제계가 기후변화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성명서를 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IRA 관련 우리의 우려를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을) 우리의 관심사인 북미 최종조립 조항에 대한 시행령을 마련하는데 한국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법안이 발효한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규제를 완화해줄지 발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RA 법안에 다른 많은 이슈가 있어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우리가 주안점을 두는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며 "법안 자체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행정부 차원에서의 투자에 대한 감세 등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 팀장도 "바이든 발언이 IRA의 전면 개정이나 법안 자체 개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북미산 최종조립 조항이 양당, 즉 의회 전체에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조지아 등 현대·기아 공장 관련 주는 관심이 있지만 미국 내에서 전반적으로 큰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일 미국 IRA 청정에너지 관련 세액공제에 대한 정부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한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3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와 배터리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난 8월 17일 발효돼 시행 중으로, 이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자동차 산업과 중국산 소재를 주로 쓰는 배터리 산업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27일 공개된 IRA 초안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응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수십조원을 들여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데,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뒷통수'를 맞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정치권과 재계가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지난달 윤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IRA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은 단순히 '우려를 알고 있다'고 한 친서 내용보다 진일보했다는 해석이다.
최근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상원 50석을 확보해 다수당 자리를 지키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크다. IRA는 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내세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안도까지는 아니지만 한숨을 돌릴 듯한 분위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나친 장미빛 전망은 시기상조아닌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정부와 민간이 협심해 가시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IRA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산 전기차와 배터리가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세종=김지영·용윤신·김현주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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