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김광호 서울청장 소환…윤희근·이상민도 수사할까
특수본 관계자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구청·소방 등 주요 피의자 다음 주 영장 신청"
해밀톤호텔 대표도 이날 출석…"유족께 진심으로 사과"
2022-12-02 15:30:47 2022-12-05 23:11:51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던 특수본이 고위직인 김 청장을 시작으로 윤희근 경찰청장과 그 윗선인 이상민 행정안부장관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수본은 2일 오전 10시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특수본은 소환 조사에 앞서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지난달 중순 김 청장을 대면 조사한 관련 감찰결과를 넘겨받고, 전날 김 청장을 입건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특수본에 도착한 뒤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이야기했다"며 "오늘도 마찬가지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 출석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수본은 김 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전후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집중 조사 중이다. 또 참사가 발생한 뒤 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위에 대해서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참사 당일 서울청 사무실에서 집회관리 업무를 한 후 강남구 자택으로 복귀하고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전화를 수 차례 놓쳤다. 김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6분 이 전 서장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했다. 이후 김 청장은 택시를 타고 자택에서 출발해 이튿날인 30일 0시25분에야 현장에 도착해 늦장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청이 용산서로부터 핼러윈 다중 인파 대비를 위한 기동대 투입을 요청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주요 조사 사항이다. 기동대 요청 여부를 두고 서울청과 용산서는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나흘 전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집회·시위로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 서면 답변에서 "서울청 112상황실과 경비과에 재차 확인한 결과, 핼러윈과 관련해 용산서에서 경비 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특수본은 서울청 내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윤시승 서울청 경비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브리핑에서 김 청장의 혐의와 관련해 "일단 10만 이상의 인파가 운집한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서울경찰청의 사전·사후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다중 운집행사를 대비한 서울청의 사전안전관리대책 수립과정, 당일 저녁 112신고처리 및 사후 구호조치의 적절성 등 전반에 대해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가 윤 청장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의 주된 책임이 경찰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인 윤 청장 역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지만 이 장관의 경우 이미 스스로 경찰에 대한 지휘책임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특수본으로서는 수사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수본은 다음주 쯤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타 기관 주요 피의자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주에는)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된 피의자에 대해 1차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다음 주 초까지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전날 경찰 주요 피의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상자는 이  전 서장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송 모 경정, 전 서울청 정보부장 박 모 경무관,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 모 경정 등이다. 이  전 서장과 송 경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5일 오후 2시에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으나 일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우선 적용해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김 경정도 증거인멸교사와 직권남용·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함께 받고 있으나 증거인멸교사 혐의만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특수본은 두 사람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검찰송치 전 나머지 혐의를 포함할 지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김 청장 입건에 이어 피의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변인은 "추가 입건자에 대해선 다음 주 쯤에 일괄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추가 입건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면서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김 청장에 이어, 불법 증축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이모씨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는 호텔 주변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를 받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특수본에 출석해 취재진에게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마음속 깊이 애도하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불법 구조물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용산구청 등 행정기관 공무원과 유착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이모씨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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