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낙하산 시작됐다…금융권 반발 확산
BNK금융·우리금융·기업은행, 관료 출신 차기 회장 거론
"대선 승리 전리품 나누는 꼴"
2022-12-14 06:00:00 2022-12-14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관료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 탄생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인수위원회에도 고문 자격으로 참여했다. 금융권에서는 전직 관료 출신이자 친정권 성향의 금융지주 회장 탄생이 모피아 귀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행태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금융회사 CEO 인사에 정부 입김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NK금융지주(138930), 우리금융지주(316140), IBK기업은행(기업은행(024110))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 교체기에 모피아들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BNK금융은 이날 1차 후보군을 확정했다. BNK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내부 CEO 후보군 9명과 외부 자문기관에서 추천받은 외부 CEO 후보군 9명 총 18명을 CEO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BNK금융 이사회가 최근 외부 인사도 회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관건은 차기 회장에 모피아 출신 외부 인사가 올지, 내부 인사가 경영 승계를 이어갈지 여부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차기 회장 후보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다.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으로 금융권 올드보이로 분류된다. 김 전 총재는 2020년 3월 BNK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ESG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5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우리금융도 전직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으로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으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으로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윤석열 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지낸 친정권 인사다.
 
지난 12일 우리금융 노조는 모피아 출신이 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는 것에 대한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금융 노조는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모피아 출신 인사가 지주 회장이 된다면, 민간 금융사인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우리금융 노조 관계자는 "조 전 사장은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부회장, 기업은행장, YTN 사장의 경력을 가졌을 뿐 시중은행 경험이 전무하고, 금융인인지 언론인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금융 제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으로 과점주주 체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대선 캠프 인사인 조 전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기업은행장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업은행장은 별도의 공모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없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권 입김이 쉽게 미칠 수 있다. 정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처럼 금융회사 지배구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모피아를 낙하산으로 금융사 CEO로 내려보내는 것은 대놓고 관치금융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본사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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