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수출 호황기에 접어든 방산 업계가 인공지능(AI) 기반 전투 체계 개발 등으로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위협을 느낀 폴란드가 국내 방산 업체 무기를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대규모 무기 수출에는 수입국의 기술 이전 요구가 일부 반영된다. 무기 수출은 수입국의 관련 기술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연구가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를 포함해 어느 나라든 기술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우리가 핵심 기술을 내어주지는 않는다"면서도 "(기술이) 현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 향후 수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방산 업계는 AI를 통한 현대전 역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을 목표로 2027년까지 국방 예산 대비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AI와 무인·자율 기술을 포함한 8대 게임체인저 분야를 선제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LAH 유무인복합운용체계(MUM-T) 구현도. (사진=KAI)
이러한 흐름 속에 방산 업체들은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AI는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소형무장헬기(LAH) 유·무인 복합운용 임무수행 체계, 실시간 복합 전장 정보 상황 인지 기술, 유·무인 복합운용 의사결정 지원 기술 구현 연구에 나섰다.
KAI는 AI 기반 딥러닝 기술로 무인기가 정찰 임무 시 전장 상황 변화 등을 감지하면 실시간으로 임무를 수정해 조종사 판단력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향후 연구 성과를 통한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나아가 무인기 편대 운용 기술과 조종사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개발해 2023년 착수 예정인 헬기발사형 무인기 개발을 주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방산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 등에서 필요성과 효용성이 높아진 AI 기반 잠수함 전투 체계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LIG넥스원(079550)은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잠수함용 지능형 임무지원시스템 통합자동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전투 체계 핵심 기능에 AI 기술을 접목해 탐지·추적→식별·위험평가→무장할당·전술운용→교전·평가 과정을 지능화·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로 단독 작전이 많은 잠수함의 생존성과 전투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수상정과 무인잠수정, 해양 유·무인 복합 체계 분야도 연구한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KAIST),
현대중공업(329180)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LIG넥스원은 무인수상정 해검(USV) 등 해양 무인체계 분야 기술 노하우와 현대중공업의 유인함정 설계·건조 기술, KAIST의 AI 인력 간 시너지로 해군의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유·무인 복합체계 구현에 앞장설 계획이다.
4차산업 환경에 발맞춘 통신 연구도 한창이다. 현대전은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군 통신 체계와 우주·공중·지상·해상 계층 통신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다차원 통합 통신망 구축이 필요하다. 지상 전투 체계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4차산업 기술 기반으로 전투 플랫폼이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된 유·무인 복합 체계로 나아갈 전망이다.
이에
한화시스템(272210)은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초연결 기동형 분산 전술통신시스템 개발' 과제 협약을 맺고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실현에 나섰다. 아미 타이거 4.0은 육군의 미래형 전투 체계로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통해 장병 생존율과 전투 효율을 높이는 개념이다.
한화시스템은 2026년까지 차량·드론 탑재형 두 형태의 기동형 지휘통제통신 시스템과 전술통신단말기·전술통신모뎀 등을 개발한다. 공중중계용 드론시스템과의 체계 연동도 수행한다.
해당 과제로 시공간 변화에도 끊임 없이 분산·독립 운용할 수 있는 네트워킹 능력, AI 기반 정보 수집·분석 능력, 원활한 대용량 멀티미디어 정보 송수신이 가능한 '전술통신단말기'를 개발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 전장 상황 공유가 가능한 '기동형통합통신체계(TICN-II)'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다.
다만 방산 업체들의 연구개발이 기술 상품화·수출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결과에 따라 한국군 내 정착 여부는 물론 신뢰성 확보, 수출 가능성이 달라진다.
분야에 따른 한계도 있다. 천궁-II와 K9 같은 무기는 수입국 특색에 맞게 제작하면 되지만, 통신 체계는 해당국 통신망 호환 등 운용 여건 문제도 있어 수출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군에서 활용하며 (사용 경험이) 축적돼 '잘 운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생기면 수출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국군이 먼저 사용한 다음 수출로 연결되는 것이 모든 국내 업체들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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