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오세훈과 전장연의 '조건 없는 만남', 의미있나
2023-01-06 06:00:00 2023-01-06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면담 성사 여부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장연의 출근 시간대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지난해 내내 시민들의 피로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면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면담이 큰 의미가 있을지는 서울시민 입장에서 의문이다. 오 시장은 전장연의 면담 요청에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만남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확고한 조건을 내걸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조건 없는 조건'은 전장연의 요구 사항을 협상할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면담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만남이 성사돼도 전장연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서울시의 입장을 더욱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전장연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시민들에게 반감을 줬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만남의 조건으로 "불법을 행하여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를 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전장연이 시민들로 하여금 약자가 아닌 악자 이미지로 굳어지는 동안,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서울시는 무엇을 했을까. 법원이 조정안을 내놓을 때까지 서울시나 공사는 전장연의 시위에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못했다. 공사도 법원 조정안을 볼모로 이제서야 탑승 저지에 나설 뿐이다.
 
최근 법원은 내년까지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교통공사 측이 엘리베이터 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19개 역사의 조치를 완료하는 대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전장연이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공사에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장연은 "지하철 5분 안에 탑승하겠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였지만,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최근 전장연이 휠체어로 출입문을 막았던 방식 대신 5분 내에 열차 탑승을 시도했으나 공사 직원들은 탑승 저지로 맞섰다.
 
전장연이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조정안 수용 여부는 공사가 해결할 것이 아니라, 오 시장이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전장연의 선전전이 결코 옳은 방식이라곤 할 수 없지만,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으면 오 시장도 만남 전에 조건부터 내거는 뾰족한 태도로 응수하지 않았으면 한다. 불법에 강경대응 하겠다는 오 시장의 굳은 심지는 응원할 만하다.
 
그러니 이번 만남이 양측의 강경한 입장만 확인하는, 조건도 의미도 없는 자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오 시장이 전장연의 공개면담을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 사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시민들도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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