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김유진 기자]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지원단가'를 현행보다 더 올리는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던다는 입장이나 에너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20%의 연료비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사각지대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는 6만6950원으로 전년(5만9588원)보다 12.4% 급등했다.
반면 해당 기간 전체 분위(1~5분위)의 월평균 연료비는 전년보다 6.7%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1분위를 제외한 2~5분위는 모두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의 연료비 부담이 가장 커진 셈이다.
연료비는 조명, 냉난방, 취사 등 생활에 지출하는 연료 관련 비용을 말한다. 연료 관련 비용은 전기료,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등유, 연탄, 공동주택난방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득하위 20~40%인 2분위의 경우는 전년보다 3.2% 증가한 7만4744원을 부담했다. 3분위(소득 상위 41~60%)는 4.7% 늘어난 8만7953원으로 조사됐다. 4분위(소득 상위 21~40%)는 7.4% 증가한 10만2190원, 상위 20%인 5분위는 6.8% 늘어난 11만8904원으로 집계됐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는 6만6950원으로 전년(5만9588원)보다 12.4% 증가했다. 그래픽은 소득분위별 연료비 지출. (출처=뉴스토마토)
소득이 낮을수록 연료비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은 서민들이 많이 쓰는 등유·LPG 등의 가격이 크게 뛴 탓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등유 지수는 184.05로 전년 동기(121.28)보다 51.2% 올랐다. 4분기 취사용 LPG 지수는 133.62로 전년 동기 124.48보다 7.3% 상승했다. 두 연료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주택에서 주로 쓰인다.
전기 요금 부담도 한 몫한다. 지난 4분기 전기료 지수는 123.97로 전년 동기 100.68보다 23.1% 올랐다. 이 기간 도시가스 지수도 전년 동기(94.68)보다 36.2% 급등한 128.98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전 분기 대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9.5%)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4인 가구(월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4022원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도시 가스 요금의 경우 1분기는 동결했지만 2분기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기 요금과 함께 1분기 인상을 관측했지만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고려해 한 차례 미룬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 에너지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추가 확대 카드를 내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제도에 한정해 찔금 늘리는 정도의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요금 인상액 자체가 우려보다 크지 않다고 해도 관련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면 부담이 적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에너지바우처 같은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정책이 있지만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정도로 가격 충격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에너지 빈곤계층은 아직도 매우 많고 (에너지 사용은)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바우처 등 에너지 복지 혜택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지영·김유진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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