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는 10대 핵심 미션을 정했습니다. 10대 미션 중 소상공인과 관련한 정책은 2개입니다. 그 중 하나가 이영 중기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입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행보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은 이 장관은 3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떡집에서 만난 청년 상인에게 소상공인의 기업화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일 김성래 선미한과 대표가 선미한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드물기는 하지만 이미 존재합니다. 지난해 10월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강한 소상공인 피칭 대회' 최종 오디션을 진행하며 기업가형 소상공인에 대한 그림을 구체화했습니다.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1위를 거머쥔 업체는 전통과자인 한과를 만드는 선미한과입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시 한과마을에서 김성래 선미한과 대표를 만나 기업가형 소상공인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둔 강릉 한과마을엔 생동감이 넘쳐흘렀습니다. 찹쌀을 숙성시킨 '바탕'을 튀기면서 한과를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평범한 상점들 사이에서 가장 세련돼 보이는 건물이 바로 선미한과 사옥이었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먼저 누르게 될 정도로 감성적인 선미한과 건물로 들어서자 인테리어 업체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전시 및 인테리어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2001년 선미한과 모습. (사진=선미한과)
선미한과는 김 대표의 할머니가 운영했던 방앗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1년 김 대표의 부모님이 이곳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한과 집성촌인 한과마을은 이미 90년대에 꾸려졌는데 당시 후발주자로 들어온 선미한과는 텃새를 견뎌내야 했습니다. 옆 가게는 선미한과 식구들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오히려 다른 한과 가게들이 선미한과를 배제시킨 것이 장점이 됐다. 정보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알려준 레시피가 이어져 왔다"며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반죽에 첨가물을 넣지 않고 콩물만 사용하는 선미한과의 제품은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대신 그만큼 깨지기도 쉽고 설비로 만들어내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김 대표는 맛을 유지하는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프리미엄 선미한과 이미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합니다.
지난 6일 김성래 선미한과 대표가 선미한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는 김 대표는 부모님의 대를 이어 선미한과에서 일하려다 보니 아쉬운 점이 크게 보였다고 했습니다. 당장 앉아서 제조하던 방식에서 서서 한과를 만드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여태 편하게 앉아서 작업하던 이들은 즉각 반발하며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의 충돌은 불가피했습니다. "네가 한과를 만들어 봤느냐"라고 다그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김 대표는 3일 동안 입식 작업을 해보고 생산량 수치를 비교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생산량이 20~30% 차이가 났습니다. 그제야 설득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김 대표는 하나씩 차근차근 선미한과를 탈바꿈시켰습니다. 36평 남짓이었던 선미한과는 2020년 150평으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김 대표가 합류한 첫해인 2018년 5000만원이던 매출은 2019년 1억5800만원, 2020년 2억3000만원, 2021년 5억6000만원, 지난해 10억5000만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지난 6일 강릉 사천면 소재 선미한과 풀필먼트센터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선미한과의 성장 동력으로 김 대표는 기본적인 제품력과 더불어 디자인, 한과 연구개발을 꼽았습니다. 선미한과는 2019년 브랜드개발·그래픽 디자인 전문회사 클레와 손을 잡고 모든 브랜딩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연구개발 과제로 선미한과는 강릉원주대와 협업해 트렌드에 맞는 커피한과를 개발했습니다. 소상공인 스마트공방 지원사업을 통해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했습니다. 선미한과는 2022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모범 소상공인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러 정부 지원사업 중 강한 소상공인 피칭 대회가 가장 도움이 됐다고 꼽았습니다.
김 대표는 "매출은 10배나 키웠지만 전통한과가 고루하다보니 세련되게 해석하고 싶었다"며 "선미한과를 스토리를 가진 하이엔드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헤리티지 스토리를 개발하고 콘텐츠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벤처기업처럼 소상공인들이 피칭을 하면서 다른 사업군, 다른 분야에 있는 대표들이 운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은 김 대표에게 자극이 됐습니다. 강한 소상공인 피칭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덕에 선미한과는 대외적 인지도도 갖게 됐습니다.
지난 6일 강릉 사천면 소재 선미한과 외관. (사진=변소인 기자)
설 명절이 끝나면 김 대표는 티 라운지 '시시호'도 본격 개장합니다. 시시호에서는 새롭게 개발한 고급 디저트와 다과를 판매합니다. 선미한과 고급 전략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는 "1년 중 외부 손님이 오는 시기가 명절 두 번인데 예전에는 손님들이 방바닥에 앉아서 한과를 기다리며 5분 정도 커피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며 "멀리서 와준 고마운 고객에게 편안하게 머물 공간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올해 안에 새로운 제품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약과 등 유과에서 나아가 더 많은 전통과자로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할 방침입니다. 체험형 매장인 '선미한과 캠퍼스'를 설계하고 이르면 내년에는 개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강릉 사천면 소재 선미한과 '시시호'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되기 위해 김 대표는 "생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자율자동차를 연구하던 연구원에서 소상공인의 길을 자처한 김 대표는 선미한과의 생존을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구멍가게에서 기업가형으로 거듭났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목이 마른 표정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