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진술을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지난 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유족과 생존자 등이 참석해 직접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부분의 참사 조사 과정에서 유족들이 배제돼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귀한 자리였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이들은 물음표를 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지, 왜 구조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는지뿐만이 아닙니다. 왜 사고현장에서 희생자 옆을 지킬 수 없었는지, 왜 희생자가 이송된 병원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왜 희생자를 만지지 못하게 했는지 등 여전히 의문투성입니다.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이들은 전했습니다.
유족들은 몰랐지만 언론은 알고 있었습니다. 희생자 박가영 씨 어머니 최선미 씨는 “밤새 순천향병원 마당에 서 있다가 아침이 돼서야 (가영이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을 기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 어떤 병원으로 갔는지 몰라 기자들이 준 연락처로 전화했지만 확인해 주지 못한다고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고 이주영 씨 아버지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왜 유가족은 희생자를 찾아 헤매다 기자가 정보를 알려주어 병원을 찾아 희생자를 만나러 가야 했나”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최선미 씨는 “우리 정부의 모든 정보는 언론을 통해 알게 된다”며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하고 알려줘도 어렵고 힘든 과정인데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조처도 안 취해주면서 그저 시간만 흘러가길 바란다”고 허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2020년 4월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참사 현장에서 만난 유족들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수사 상황을 묻는 유족들에게 경찰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반면 언론은 사건 초기부터 화재 조사보고서를 공개하고 화재 상황을 담은 차량 블랙박스를 공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장에서 유족들 앞을 가로막은 건 성인 키만 한 방송사 카메라들이었습니다. 유족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언론보다 유족이 중요했다면 이들의 상처와 슬픔이 길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대처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진상조사에 유족을 참여시켜 유족의 알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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