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국 첫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005380) '캐스퍼'를 양산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GGM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위탁 생산에 따른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노사 상생형 모델로서의 설립 취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2019년 8월 출범한 GGM은 광주그린카진흥원(지분율 21%)와 현대차(19%)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습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으로서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연 3500만원)을 받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교육·교통·복지 인프라로 뒷받침하면서 차량 가격을 낮추는 첫 상생형 일자리로 주목을 받았죠.
광주글로벌모터스 정문.(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7만대 생산해야 흑자…현대차 외 판매처 확보
캐스퍼 흥행과 함께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노사생상 모델을 유지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GGM은 생산성·품질 등 경쟁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GGM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만대로 가동률이 70%(연 7만대)를 넘기지 못하면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경차인 캐스퍼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차종 일감이 많아야 합니다. 현재까지 생산된 6만대는 모두 내수용인데다 경차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캐스퍼 판매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매량이 줄면 GGM 생산량도 줄고 이익도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캐스퍼 외 다른 차종 일감이 많아야 하는데, 현대차 공장 간에도 물량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에 추가 물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차체공장.(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GGM은 2024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시장에서 배터리 탑재 용량이 적은 경형 전기차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현대차그룹 외 다른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생산 물량을 따내야 하는데, 양산을 시작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제조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임금, 주거 등 복지 인프라로 메꿔줘야
노사 안정도 과제로 꼽힙니다. GGM 노사는 누적 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현재의 임금·복지수준을 유지키로 하고 노사 간 임금을 둔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협약했습니다. 하지만 일감이 떨어지고 실적이 부진해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GGM에서도 강성 노조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키로 한 주거와 복지 등에 직원들 체감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실제 GGM 근로자대표들은 지난해 6월 주거 지원 등이 부족하다며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근로자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 약속대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인기를 유지하려면 후속 모델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같은 노사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35만대 생산 기간 동안 '노사 쟁의가 없다'라는 합의안이 철저히 지켜지고 품질 이슈가 나오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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