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강세장 속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대어급 기업들이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네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공모가를 상회한 기업의 직원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LG엔솔, 임직원 다수 차익실현 전망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792만4939주의 물량이 오는 28일부터 보호예수가 해제됩니다. 28~29일 쉬는 날이니 오는 30일(월요일)부터 매도가 가능할 예정입니다.
LG엔솔은 지난 우리사주 청약에서 9564명의 임직원들이 1인당 평균 850주를 배정 받았네요. 당시 총 815만4518주의 우리사주가 발행됐는데요. 일부 퇴사자 등이 발생하면서 현재 남은 우리사주 물량은 792만4939주로 집계됩니다. 1인당 평균 매수금액은 2억5578만원 수준입니다. 현재 주가(51만7000원)를 기준으로 1 인당 1억8445만원의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럽네요..ㅠㅠ)
크래프톤·카카오페이 의도치 않은 장투
LG엔솔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물량 처분 방향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지만, 지난해 보호예수가 해제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의 임직원들은 의도치 않게 현재 장기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보호예수가 해제된 크래프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은 총 35만1525주를 공모가 49만8000원에 배정받아 임직원 1인당 약 278주를 받았는데요. 지난 2021년부터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일 종가(18만2200원)를 기준으로 수익률은 -63.41%. 조합원 1인당 손실금액은 8779만원에 달합니다.
크래프톤의 경우 주가가 처음으로 공모가 대비 40% 이상 하락한 지난해 1월 대출 받은 직원을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기도 했죠. 주가가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하락하면 한국증권금융은 대출로 우리사주를 사들인 직원들의 주식을 강제 청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에 근무하는 한 임직원은 “LG엔솔 직원들이 우리사주 물량 처분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면서 “이쪽(크래프톤) 직원들은 주가가 공모가를 한창 밑돌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임직원들도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일 종가 기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6만6000원, 카카오뱅크는 2만8550원입니다. 공모가(카카오페이 9만원·카카오뱅크 3만9000원) 대비 카카오페이가 26.67%, 카카오뱅크는 26.79% 낮은 가격입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8월6일, 11월3일에 보호예수가 해제됐는데요.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우리사주 '잭팟' 당분간 없다…우리사주 투자 수요 줄어
강세장 속에서 우리사주 청약이 완판 행진을 보였던 것은 앞서
SK바이오팜(326030)의 ‘우리사주 대박’의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 2020년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가 4만9000원이었던 주식이 상장 4거래일 만에 26만9500원까지 올랐는데요. 당시 1인당 평균 우리사주 배당은 1만1820주. 고점 기준 1인당 차익이 26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시 보호예수 전 차익실현을 위해 일부 임직원들이 퇴사를 하기도 했죠.
전문가들은 앞으로 SK바이오팜과 같은 ‘우리사주 대박’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장 후 1년의 매도 제한이 걸리는 상황에서 시장도 불안하다 보니 투자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어섭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LG엔솔의 경우 건실한 기업이다 보니 공모가 대비해 어느정도 수익이 났다”면서 “결국은 벨류에이션과 시장의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SK바이오팜 때는 모든 종목이 수익이 났을 때지만 지금 IPO 시장은 발행사도 불안하고 투자자와 주관사도 불안해하는 그런 ‘살얼음 판’ 같은 시장”이라면서 “시가총액의 규모가 어느 정도 나오는 기업이라면 우리사주 청약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