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1.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A씨는 지난달 근무한 날이 30일 채 되지 않지만 과로 비행에 따른 인지력 저하 판단이 우려돼 최근 병가를 냈습니다. A씨는 “12월1일부터 26일까지 편승비행(Extra)을 포함해 비행시간이 100시간에 가깝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뿐 아니라, 인지력과 판단력도 흐려져 비행 안전이 우려돼 최근 며칠 병가를 냈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의 12월 비행근무시간은 79시간, 편승비행은 21시간으로 총 100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냈습니다. 대한항공이 밝힌 작년 1~5월까지 객실승무원들의 월 평균 비행시간 58시간 보다 21시간 더 많았고, 미국 국적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의 객실승무원 월 평균(60~70시간) 보다도 높았습니다.
#2. 살인적인 비행 스케줄을 토로하는 것은 A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B씨의 지난해 10월 실제 비행근무시간은 75시간, 편승비행 31시간으로 총 비행시간이 106시간에 달했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이 위드 코로나로 폭발하는 여객 수요 대응에는 선제적으로 나서는 반면, 인력이 부족한 객실승무원 충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임직원 근무환경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작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객실승무원의 근무 인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속도가 더디다고 합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A씨는 “한 비행기에서 근무하는 승무원 인원도 줄어 업무강도도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A330-300(284석)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24석을 제외한 260석의 일반석을 객실승무원 6명이 담당하면, 1명의 객실승무원이 43명의 탑승객에게 기내식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인력이 축소되기 전 객실승무원이 7명이었을 때는 1명의 객실승무원이 35명의 탑승객을 담당하는 것과 비교해 26% 이상 업무강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인력 축소가 코로나 확산 시기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조정됐을 뿐 아니라, 국제선 여객 수요가 정상화 궤도에 올라가고 있는 현재에도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 보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B씨의 2022년 10월 비행근무 시간. (사진=B씨 제공)
객실승무원들의 월 비행근무시간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에 이르렀지만, 인력은 감축된 채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객실승무원의 월평균 비행근무시간은 △79시간 △57시간 △65시간이며,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비행시간은 58시간입니다.
2021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근무인원은 6359명이었습니다. 이 중 20% 수준이 현재 휴직하고 있어 실질 근무자는 4000여명 정도입니다. 승무원들의 비행근무시간이 코로나 이전 월평균을 이미 넘겼음에도 근무 인원은 축소된 채 운영돼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또 다른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B씨는 “회사에서 충원한 인력이 다 어디로 배치된 건지 모르겠다”며 “비즈니스석·퍼스크 클래스와 같은 상위 클래스는 코로나 이전 인력으로 정상화됐지만, 이코노미석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영지침상 객실승무원의 월 최대 비행시간은 100시간 이내로 제한되며, 편승시간은 법적으로 최대비행시간 산정에 포함 되지 않는다"며 "코로나 이전만큼의 여객 비행기가 뜨지 않아 객실승무원 20%는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여객 사업량 회복수준에 맞춰서 매월 적정 인원 산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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